달력

3

« 2024/3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52

艮其背 不獲其身 行其庭 不見其人 无咎
【初六】艮其趾 无咎 利永貞
【六二】艮其腓 不拯其隨 其心不快
【九三】艮其限 列其夤 厲 薰心
【六四】艮其身 无咎
【六五】艮其輔 言有序 悔亡
【上九】敦艮 吉

  간(艮)괘는 멈춤을 뜻하는 괘다. 멈추지 않고 쇠퇴하지 않는 것은 없다. 성장은 일정한 시기가 되면 멈추지만 간(艮)괘는 그러한 자연적인 멈춤이 아닌 사람의 멈춤을 말한다. 앞의 진(震)괘가 하늘의 도(道)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었으니, 간(艮)괘는 그 하늘의 도(道)를 본받는 사람은 언제 어떻게 멈추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너무 일찍 멈추어도 늦게 멈추지도 않아야 하며 단번에 멈추지도 말아야 한다. 성장이 언제 멈추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완만한 경사를 타고 내려가듯이 하여야 한다. 그래서 간 괘는 31번째 함(咸)괘처럼 부부관계를 예로 들어 멈춤의 도(道)를 이야기하고 있다. 즉 멈춤이 나 혼자만의 일로서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면 그 조화로움을 찾아 편안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는 멈춤이어야 할 것이다.

 

艮其背 不獲其身 行其庭 不見其人 无咎
그 등에서 멈추고(艮其背) 그 몸을 붙잡지 않았기에(不獲其身) 그 뜰을 지나도(行其庭) 그 사람을 알아 볼 수 없으니(不見其人) 허물이 없다(无咎)
  등에서 멈추고 그 몸을 붙잡아 뒤돌아보게 하지도 않았으니 서로가 일면식도 없는 것이다. 그 뜰을 지나도 그 사람인지 알아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애초에 아무런 나아감이 없는 멈춤이었으니 그런 멈춤이라면 아무런 허물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멈춤은 근원적(元)인 멈춤이며 혼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멈춤이다. 만남이 없으면 이별이 생길 여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애시당초 멈출 생각이었다면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艮其趾 无咎 利永貞
그 발에서 멈추니(艮其趾) 허물이 없고(无咎) 이로움이 끝까지 지속된다(利永貞).
  함(咸)괘에서 부부관계를 통한 교감은 엄지발가락부터 시작한다고 하였다. 그러니 그 발에서 멈추는 것은 아주 초창기에 멈추는 것을 말한다. 아주 초기에 멈춘 것이므로 내적으로 허물도 없고 그 이로움이 끝까지 지속된다. 시작은 하였지만 시작하지 않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艮其腓 不拯其隨 其心不快
그 종아리에서 멈추니(艮其腓) 그 따르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여(不拯其隨) 불쾌하다(其心不快).

  그 종아리에서 멈추니 이미 반쯤 나아가다 멈춘 것이다. 내가 멈춤으로써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게 되는 단계가 되었으니 이미 멈춤이 나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이 불쾌한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조화로운 멈춤을 찾아야 한다. 함(咸)괘에서는 종아리에서 멈추는 것은 길하다고 했는데, 함괘에서 말하는 멈춤은 단순히 종아리의 애무를 멈추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의 멈춤은 전체적인 부부관계를 멈추는 것을 말한다.

 

艮其限 列其夤 厲 薰心
그 허리에서 멈추니(艮其限) 등살을 찢는 고통이고(列其夤) 위태롭고(厲) 애가 탄다(薰心)

  종아리에서 멈추는 것은 멈추어야 할 단계를 지나친 것이지만 그 허리에서 멈추는 것은 멈추지 말아야 할 단계까지 와서는 멈추는 것이다. 등살을 찢는 고통이며, 위태로움이며, 애태움이다. 전혀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조화로움 없는 멈춤이다. 자연은 거칠지가 않다. 산이 갑자기 우뚝 서 있지도 않으며 대낮이 끝나도 사람들이 놀랄 만큼 거칠게 멈추어 어둠을 두렵게 하지는 않는다. 조화의 법도는 거친 것을 거부하고 상호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艮其身 无咎
그 몸을 붙잡고 멈추니(艮其身) 허물은 없다(无咎).
  허리까지 진행이 되었다면 관계를 끝내고 그 몸을 안아주며 멈추어야 하니 그래야 허물이 없다. 함(咸)괘에서 ‘관계가 끝난 후 등살을 애무함으로써(咸其脢) 후회가 없다(无悔)’고 하였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예 시작을 하지 않던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초창기에 멈추어야지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는 단계를 넘어섰다면 그 일은 마무리를 하고 멈추어야 한다. 배려심을 멈추지는 말아야 하는 까닭이다.

 

艮其輔 言有序 悔亡
그 뺨에서 멈추어(艮其輔) 입술을 조리있게 움직이니(言有序) 후회가 없다(悔亡).

  함(咸)괘에서 뺨과 혀를 애무함으로써 끝내는 부부관계의 마지막을 설명한 것과 같은 의미이다. 여성은 반복적으로도 다시 흥분을 느낄 수 있어 남성처럼 곧 몸과 마음도 허무감으로 돌아가지는 않기에 나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으로 마감을 하는 것이다. 완만한 경사로 평지와 이어지는 편안한 조화로움이다.

 

敦艮 吉
도탑게 멈추니(敦艮) 길(吉)하다.
  함(咸)괘에서 말했듯이 성(性)은 단순한 욕정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교감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가벼운 입맞춤으로 도탑게 마무리를 하고 멈추어야 길(吉)한 것이다. 그래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
Posted by 오빠야닷컴
31

咸 亨利貞 取女 吉
【初六】咸其拇
【六二】咸其腓 凶 居 吉
【九三】咸其股 執其隨 往 吝
【九四】貞吉悔亡 憧憧往來 朋從爾思
【九五】咸其脢 无悔
【上六】咸其輔頰舌

  “군자의 도는 부부로부터 시작되어 그 지극함에 이르면 하늘과 땅에 밝게 드러난다”[중용 제12장]고 하였으니, 부부만큼 중요한 관계도 없을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인(仁)은 사람(人)이 둘(二)이라는 것이며, 공자께서 말씀하신 서(恕)는 마음(心)을 같게(如) 한다는 뜻이다. 나와 너가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기에 곧 도(道)는 부부관계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하였을 것이다.

 

咸 亨利貞 取女 吉
관계(咸)는 성장기부터 시작해 생의 끝까지 이어지니(亨利貞) 관계를 갖는것이(取女)이 길(吉)하다.
  불교는 성관계를 혐오한다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교의 교리가 부부관계를 금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승의 경우에 욕(慾)이 생겨 수행을 방해하므로 금하기도 하는데, 처자를 거느리고 수행하는 대처승도 있으며, 원효대사께서도 환속하셨다. 지나침은 모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용을 벗어난 치우침이다. 성도 과하거나 모자라는 것이 문제이지 부부관계를 하지 않아야 바른 것이 아니다. 한편, 괘사가 생의 끝까지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젊었을 때는 성관계가 대표적인 한 방법이겠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손을 한번 잡아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교감을 끊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咸其拇
엄지발가락을 애무함으로써 시작해야 한다(咸其拇).

  부부관계도 원형리정의 순탄한 변화의 과정을 겪어서 시작과 끝이 있어야 길하다. 단번에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니 마음이 교감하기 위한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다. 중용에 "먼 곳을 가기 위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해야 하며,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중용 제15장]고 하였으니, 엄지발가락부터 시작해야 한다.

 

咸其腓 凶 居 吉
그 종아리를 애무하고 있으니(咸其腓) 흉(凶)하다. 멈추는 것이(居) 길(吉)하다
.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종아리는 성감대가 아닌 까닭일 것이다. 보통은 자극에 예민하고 신경이 많이 모여있는 신체적 부분을 통해 교감을 시도하고 진도를 나아가야 한다. 멈춤의 도(道)를 뜻하는 간(艮)괘에서는 종아리에서 멈추는 것은 마음을 불괘하게 만든다고 하였으나(艮其腓 不拯其隨 其心不快) 그것은 전체적인 부부관계를 멈추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의 거(居)는 단순히 종아리의 애무를 멈추는 것을 말한다. 발가락을 애무함으로써 생긴 흥분 또한 사라질 것이니 쓸데없는 종아리의 애무는 멈추는 것이 길하다.

 

咸其股 執其隨 往 吝
그 허벅지를 애무하고 있으나(咸其股) 반응하는 대로 급하게 따라잡으려 하면(執其隨) 나아가더라도(往) 어렵다(吝).
  허벅지를 애무하는 것은 흥분이 절정에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마음의 속도와 몸의 속도가 같지는 않다. 고통없이 관계를 가질 수 있으려면, 윤활액이 충분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급하게 나아가는 것은 어렵다.

 

貞吉悔亡 憧憧往來 朋從爾思
마침내 길해지며 후회가 없게 되니(貞吉悔亡) 끊임없이 왕래해도(憧憧往來) 몸이 생각을 따를 것이다(朋從爾思).

  마침내 길해지는 것은 몸도 준비가 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왕래하는 것은 반복운동을 말하며, 붕종이사(朋從爾思)는 직역하면 벗이 너의 생각을 따른다는 것이니, 몸이 생각을 따른다거나 상대와 잘 호흡을 맞춘다거나, 어떻게 해석해도 크게 무리는 없는 것 같다.

 

咸其脢 无悔
관계가 끝난 후 등살을 애무해야(咸其脢) 후회가 없다(无悔)
  관계가 끝났다고 바로 일어서는 것은 배려심이 없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신체와 마음이 동일하지 않은 이성(異性)이다. 남성은 오르가슴이 있은 후 일정 기간 흥분을 느끼게 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여성은 반복적으로도 다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남자처럼 즉시 긴장이 풀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배려가 필요하다. 욕정의 해소로 끝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咸其輔頰舌
뺨과 혀를 애무함으로써(咸其輔頰舌) 마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뺨과 혀를 애무함으로써 부부관계의 순탄한 원형리정(元亨利貞)의 단계를 마쳐야 한다. 주나라 시대의 주역이 이렇게 부부관계의 도(道)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기술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기도 하다. 성(性)은 단순한 욕정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교감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얼굴을 부비며 가벼운 입맞춤으로 도탑게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
Posted by 오빠야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