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漸 女歸 吉 利貞
【初六】鴻漸于干 小子 厲 有言 无咎
【六二】鴻漸于磐 飲食衎衎 吉
【九三】鴻漸于陸 夫征不復 婦孕不育 凶 利禦寇
【六四】鴻漸于木 或得其桷 无咎
【九五】鴻漸于陵 婦 三歲不孕 終莫之勝 吉
【上九】鴻漸于陸 其羽 可用爲儀 吉

  기러기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사람이 질투할 만큼 금슬이 좋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남자가 장성하여 혼기가 되면 박달나무를 직접 깎아 기러기를 조각하여 그 교훈을 가슴깊이 새기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그 깎은 기러기 한 쌍을 들고 신부 집을 찾아가 혼인을 청하는 예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기러기는 짝을 찾으면 죽을 때까지 다른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새끼가 있으면 새끼를 키우며 살고 새끼가 없으면 따라 죽는다고 한다. 수컷 기러기는 아무리 먼 거리라도 날아가서 먹이를 구해오므로 멀리 떨어져 부양을 하는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요즘 같은 이혼이 빈번하고 불륜이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새이기도 하다. 주역에서 말하는 점(漸)괘는 여인의 나아감을 뜻한다.

 

漸 女歸 吉 利貞
나아감(漸)은 여인이 시집가는 것(女歸)이니 길(吉)하고 끝까지 이롭다(利貞).
  주역은 여인은 시집을 가야 길하다고 한다. 사람의 상상력은 기발하기에 '처녀귀신'이 생겼던 것 같다. 죽어서 보니 가장 원통한 여인은 시집가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하는 가정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여인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요즘시대에는 이혼한 사람들도 많고 독신자들도 많다.

 

鴻漸于干 小子 厲 有言 无咎
기러기가 물가로 나아가니(鴻漸于干) 어린자녀(小子)가 위태로워(厲) 말들이 있겠지만(有言) 허물은 없다(无咎).
  기러기는 사랑으로 맺어진 혼사를 하러 시집가는 여인을 뜻한다. 정략결혼이 아니기에 사랑을 상징하는 기러기인 것이다. 그런데 물가로 나아가는 것은 자신도 쉽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간 것이다. 자연히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가정 일에 소홀해질 수 있어 어린자녀가 위태롭고 말들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허물은 아니다. 사랑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鴻漸于磐 飲食衎衎 吉
기러기가 반석으로 나아가니(鴻漸于磐) 마시고 먹는 것이 풍족하여(飲食衎衎) 길(吉)하다.
  시집가는 여인이 경제적인 걱정을 전혀 할 필요 없는 부유한 곳으로 시집을 간 것이니 길하다. 부유한 곳으로 시집간 것 때문에 길한 것이 아니라, 금슬 좋은 기러기 한 쌍인데 부수적으로 경제적인 근심까지 없으니 길한 것이다.

 

鴻漸于陸 夫征不復 婦孕不育 凶 利禦寇
기러기가 뭍으로 나아가니(鴻漸于陸) 남편이 멀리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고(夫征不復) 부인은 임신해도 키우기 어려워(婦孕不育) 흉(凶)하다. 궁핍해도 도적을 막아야 이롭다(利禦寇).
  여인이 사랑의 마음으로 힘들고 곤궁한 곳으로 시집을 간 것이다. 기러기는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주위를 경계하여 지키는 새이다. 그러나 암컷을 지켜주고 있기에는 경제적 형편이 되지 못하고 물고기를 잡아올 곳은 멀리 있어 쉽게 돌아오지 못하니 곧, 벌이도 시원찮은 것이다. 힘들고 고생스러운 곳으로 시집을 간 것이어서 외부에서 보기에는 흉(凶)하지만 궁핍할지라도 도적을 막으면 이롭게 된다. 도적은 바른 마음을 훔쳐가는 내면에 잠재한 악마이다. 미움이 생겨 원망하여 사랑의 마음을 잃는 것을 말한다. 그런 도적을 막아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결국은 이롭게 된다.

 

鴻漸于木 或得其桷 无咎
기러기가 나무로 나아가니(鴻漸于木) 혹 그 가지를 얻는다면(或得其桷) 허물이 없다(无咎).

  나무로 나아간 것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거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시작을 한 것이다. 그러나 나무로 나아갔으니 그 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그 가지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간 것이니 허물이 없다. 시작부터 지나치게 반석으로 나아간 기러기나 시작이 너무 초라한 뭍의 기러기보다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결합일 것 같다.

 

鴻漸于陵 婦 三歲不孕 終莫之勝 吉
기러기가 왕실로 나아갔으나(鴻漸于陵) 부인(婦)이 오랫동안 임신하지 못했다(三歲不孕) 그러나 끝내는 이기지 못할 것이니(終莫之勝) 길(吉)하다. 
  손을 보는 것이 귀한 왕실같은 엄청난 집안으로 시집갔으나 오랫동안 임신을 못하고 있다. 기러기는 강조한대로 금슬이 좋은 부부를 상징하니, 금슬이 좋기에 결국은 임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금슬이 좋은 부부는 하늘이 시샘해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鴻漸于陸 其羽 可用爲儀 吉
기러기가 뭍으로 나아가나(鴻漸于陸) 그 날개짓을(其羽) 본보기로 삼을 만하니(可用爲儀) 길(吉)하다.

  위의 기러기 중에서 가장 가엾어 보이는 기러기는 뭍으로 나아간 기러기이다. 힘들고 고생스러운 곳으로 시집을 갔어도 그 어려움으로 인해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고(도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힘차게 날개짓을 하니 가히 그 사랑의 힘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정도에 이르렀다. 곧 남편이 벌이가 힘들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힘찬 날개짓을 하겠다는 여인의 사랑이니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고 한다. 좋은 일만 함께 하겠다는 사랑이 아니라 굳은 일도 함께 하겠다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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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

원형리정에 대한 해석은 참으로 다양하다. 주요한 해석을 간추려보면,

1. 크게(元) 형통하리니(亨) 끝까지(貞) 이롭다(利).
2. 크게(元) 형통하려면(亨) 곧아야(貞) 이롭다(利).
3. 크게(元) 형통하리니(亨) 이롭다는(利) 점괘이다(貞)
4. 크고(元) 형통하고(亨) 이롭고(利) 곧다(貞)
5. 시작되고(元) 자라나고(亨) 이루어지고(利) 완성(貞)된다.
6. 태어나(元) 자라고(亨) 열매맺고(利) 소멸한다(貞)

으뜸 원(元)은 ①첫째 ②시작 ③크다 ④근본, 근원 등으로 사용되는 글자이다.
주역 전체에서 원(元)은 보조적으로 쓰이기에, 원(元)은 형(亨)을 수식하는 말로 풀이하여
'원형/리정'을 분리하는 입장이 위 1,2,3번의 해석이다.
원(元)은 "원길(元吉)"처럼 다른말과 결합하여 쓰이는 것이며,
이로울 리(利)는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는 리견대인(利見大人)처럼
주역의 다양한 효사에서 다른 말과 결합하여 사용된다.
그래서 리정(利貞) 역시 함께 붙어서 의미를 가지는 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정(貞) 역시 "정길(貞吉)"처럼 떨어져 쓰이지는 않는다는 것도 '원형/리정'을 나누는 근거로 든다.

 

반면, 괘사(卦辭)는 문왕이 만들었고 효사(爻辭)는 주공이 만들었기에,
괘사와 효사가 문법적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괘사와 효사는 후대에 첨삭, 수정, 가공되었던 부분도 많으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성과 통일성을 갖추고 있을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고 한다.
따라서 문맥에 맞게 적절하게 해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며,
원형리정(元亨利貞)은 괘사(卦辭)의 나오는 경우에는
독자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더 조화스럽고 어울린다고 한다.
위의 4,5,6번의 해석은 '원/형/리/정'을 각각 독자성을 가진 의미로 풀이하는 입장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위 5,6번의 해석론을 기준으로 풀었다.
일반적으로는 각각 독립적이고 평등한 레벨로 본다.

예컨대, 원(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봄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원(元)은 단지 근원(根原)이며, 정(貞)도 단지 마침(죽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4duk

사견으로는 원(元)과 정(貞)은 고정이고 변함이 없기에,
주역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성장 즉, 형(亨)에 집중하여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성장(亨)하는가에 따라 결실(利)이 다르다는 이야기이며,
따라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공자께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현재의 사람도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기에 알 수가 없는데,
수천년전의 사람을 어떻게 안다고 할 수 있으며 장담할 수 있을까?
진실은 공자는 나쁜 사람이었고, 사람들이 꾸미고 각색한 사람이라고 해도,

속았다며 공자를 미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공자의 이미지를 존경하는 것이지, 공자의 행적이 진실이라고 확신해서 존경하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존경할 만 하다면 소설 속의 인물도 존경할 수 있다.

 

주역은 점 치는 책은 아닌가? 점 치는 책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점만 치는 책은 아닌 것 같다.
점을 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안목이 생기게 하여, 점을 쳐서 묻는 일을 줄이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
느끼고 깨닫는 것이 있어 소중히 생각하는 책이며, 그래서 내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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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