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需卦(수괘) : 바르게 산다면 청하지 않은 세 명의 손님이 찾아온다. 간상(赶上)/주역(周易)2010. 2. 1. 13:57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初九】需于郊 利用恒 无咎
【九二】需于沙 小有言 終吉
【九三】需于泥 致寇至
【六四】需于血 出自穴
【九五】需于酒食 貞吉
【上六】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 來敬之 終吉
주역은 첫 괘에서 ‘잠용일 때 움직이려 하지 마라’고 충고하면서,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 때가 언제일까? 그에 대한 답이 되는 괘가 수(需)괘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하지 않은 세 명의 손님이 찾아오면 때가 도래하였다고 하였으니, 곧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때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 움직인다. 그러나 사막에 사는 동물도 있고 북극에 사는 동물도 있다. 스스로가 따뜻하다면 따뜻함을 좋아하는 사람(귀인)이 찾아올 것이요, 스스로가 차갑다면 추위를 좋아하는 사람(악인)이 찾아올 것이다. 결국 바르게 살면 그 바름(따뜻함)에 이끌려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공자께서는 “덕은 외로울 수가 없으니 반드시 이웃이 생긴다”[논어 제4편 이인 제25장]고 하셨다.
需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기다림(需)은 뜻이 있어야(有孚) 크게 형통하니(光亨) 끝까지 길하다(貞吉). 큰 강을 건너는 과단성을 가져야 이롭다(利涉大川)
부(孚)는 주역에서 정말 자주 만나게 되는 단어다. 새가 알을 품는 것을 뜻하는 글자인데, 믿음, 신념, 마음, 사상 등등 적당하게 번역하기가 어렵다. 어쨋건, ‘생각 없는 것’의 반대되는 개념이다. 여기서는 뜻을 추구하기 위한 기다림이어야지 생각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을 경계한 뜻으로 새기면 될 것이다.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다림이 아니라 시간의 낭비일 뿐이다. 리섭대천(利涉大川) 또한 주역 전편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말이다. 큰 강은 ‘소통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것이니, 잘 소통되지 않더라도 건너라는 과단성을 의미하고 있다. 『맹자』의 "부유하고 귀한 것이 흔들 수 없고, 가난하고 비천한 것이 바꾸게 할 수 없고 위협과 무력이 굽히게 할 수 없다"는 구절이 떠올려진다.
需于郊 利用恒 无咎
장소를 벗어난 기다림(需于郊)이라면 뜻을 잃지않고 확고히 하여야 이롭고(利用恒) 허물이 없다(无咎)
유비가 때를 기다리며 농사꾼으로 지내기도 했고, 흥선대원군이 바보 행세를 하며 세도가의 가랑이를 기어 다니며 걸식을 하였다는 얘기도 전한다. 그러나 가슴에 품은 뜻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恒). 힘겨우면 쉽게 현실과의 타협을 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需于沙 小有言 終吉
모래밭에서 기다림(需于沙)은 소소한 비난은 있을지언정(小有言) 끝내 길하다(終吉)
모래밭에서 기다리는 것은 쉽게 장소를 옮길 수 있는 곳에서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교수를 꿈꾸던 사람이 잠시 곤궁을 벗어나려고 학원강사가 되었다가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학원강사로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껴 ‘정착’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오히려 자신이 있어야 할 제자리를 찾아간 것일 것이다. 모래밭과 진흙밭은 ‘강물’이라는 위험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모래밭), 근접하여 있는(진흙밭) 거리의 차이라고 구별하기도 한다.
需于泥 致寇至
진흙밭에서 기다림(需于泥)은 도적을 불러들이는 일이다(致寇至)
진흙밭에서 기다리는 것은 쉽게 장소를 옮길 수 없는 곳에서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빠져 나오기 힘든 곳에 있는 것이니, 그런 장소로 나아가 기다리는 것은 자기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훔쳐가고 있는 도적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需于血 出自穴
피가 흐르게 되면(需于血) 스스로 굴 밖으로 나와야 한다(出自穴)
혈(血)은 신변에 위협이 되는 위험이 닥친 것으로, 주역은 기다림을 고집하지 말고 굴 밖으로 나오라고 충고한다. 그 곳에서 참고 기다리는 것은 기다림으로 합리화 시키면서 고집을 부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일게다. 기다림은 수동적으로 웅크리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어야 한다. 위험을 방관하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버리는 것이다.
需于酒食 貞吉
경제적 기반 속에서 기다려야(需于酒食) 끝까지 길하다(貞吉)
술과 음식은 생계에 대한 걱정은 없는 것을 말한다. 과거 선비들이 산림에 묻혀서 처사형 학자로서 일생을 살 수 있었던 까닭은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공자께서 왜 다재다능한지를 질문 받고 “젊어서 곤궁했기 때문에 잡다한 기술을 배웠다”고 하셨다[논어 제9편 자한 제6장]. 성인께서도 뜻을 펼치기 이전에 생계를 먼저 돌아보신 것이다. 『상전』은 길한 까닭을 ‘중정(中正)하기 때문이다’고 해설한다. 유가(儒家)는 이로움을 혐오하지는 않는다. 행복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행복이 물질과 완전한 별개로 떨어져 있다고 보지도 않는 것이 유학의 시선이다. 때를 기다림도 최소한의 물질적 기반은 갖추어야 길할 것이다.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 來敬之 終吉
목적지로 나아감은(入于穴) 청하지 않은 세 명의 손님이 찾아오는 때이니(有不速之客三人) 그들을 공경으로 받들면(來敬之) 마침내 길하다(終吉)
세 사람의 손님은 천지인(天地人)이다. 궁극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사람 즉, 귀인이라고 부르는 이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세 명의 손님을 공경으로 받들어야 한다고 하니, 하늘과 땅과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라는 주역의 당부도 담겨있다. 입우혈(入于穴)을 피냄새가 진동하여 빠져나왔던 그 위험한(血) 곳으로 찾아가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삼인(三人)을 많은 사람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석해도 통(通)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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