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위정(爲政) 제10장 간상(赶上)/논어(論語)2013. 1. 4. 16:29
그 행위(현재)를 보고 [視其所以]
동기(과거)를 살펴보고 [觀其所由]
바램(미래)을 통찰해라 [察其所安]
어찌 사람을 헤아리지 못하겠는가 [人焉廋哉]
어찌 사람을 헤아리지 못하겠는가 [人焉廋哉]
인(仁)은 다양하게 정의하며 그 개념 논쟁도 많지만, 정서를 중시하는 측면에서 ‘참된 사랑’이라고 쉽게 정의하기도 한다. 그 뜻을 조금 더 풀어서 ‘남의 마음을 나의 마음으로 헤아려 관계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본래 자신의 속마음도 정확히 몰라서, 왜 내가 이러는지 이상하게 여기기도 하는데, 어찌 남의 속마음을 헤아린다는 말일까? 그것에 대한 답이 되는 장이기도 하다.
‘다름의 분별후 조화’를 핵심으로 하는 중용철학은 한계와 가능 역시 마찬가지로 분별한 후 조화를 도모한다. 사람은 날 수 없다(한계). 사람은 도구를 만들 수 있다(가능). 그래서 스스로는 날 수 없지만 비행기를 만들면 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불가능을 가능과 조화를 이루려는 것이 인위(人爲)라는 측면인데, 이러한 관념은 무위(無爲)를 주장하는 노장사상의 후학들에게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학에서 판단하는 사람이 사람의 속마음까지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한계이다. 사람에게 가능한 것은 짐작이다. 그래서 조화를 도모하여, 최대한 짐작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 장에서 말하는 ‘헤아림’이다. 최대한의 짐작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상대방의 과거부터 열심히 살펴주려는 노력이다.
과거(동기)는 현재와 미래를 이끄는 힘이 있다. 담배를 처음 피우고 난 후, 나쁜일을 하고 난 후, 손찌검을 하고 난 후, 그 이후에 그 행위가 보다 수월하게 행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과거의 경험은 현재와 미래로 연결시키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물론 좋지 못한 일 뿐 아니라 좋은 일도 그러하다. 그래서 처음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두번부터는 쉬워진다. 이 과거(동기)를 헤아린다는 것은, 그렇게 습관화되어 나와 경험이 다른 까닭에 나와 생각과 취향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미국인이기에 마늘냄새가 역겨울 수 있고, 먹기 싫어 하겠다는 짐작을 우선 하는 것은 내가 그의 마음을 완전히 알아서가 아니라, 그가 지내온 과거(동기)를 추측하여 나와 다를 수도 있겠다는 배려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테이크를 권해야 하나? 대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자란 미국인일 수도 있고, 마늘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에 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사를 확인해서 마늘을 먹고 싶다고 하면 그 말을 완전히 믿을 수 있나? 권하는 여인이 미인이라 먹고 싶은 척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학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알아내는 것’이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에 무게를 둔다. 이 세상이 모두 착한 사람만 살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이 유학의 사유이다. 다만 최선을 다하여 노력한다는 것이다. 논어 후반부 18편에 많이 나오는 공자에게 ‘불가능임을 알면서도 하려는 자’라는 은자들의 조롱을 제자들이 논어에 꺼리낌없이 실어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유학은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려는 ‘실천행위’에 의의를 둔다. 사람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전지전능한 신이 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공자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그가 지동설을 알았던 것도 자동차를 발명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는 그의 시대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던 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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