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否卦(비괘) :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간상(赶上)/주역(周易)2010. 2. 1. 14:03
否之匪人 不利君子 貞 大往小來
【初六】拔茅茹以其彙 貞 吉 亨
【六二】包承 小人吉 大人否 亨
【六三】包羞
【九四】有命无咎 疇 離祉
【九五】休否 大人 吉 其亡其亡 繫于苞桑
【上九】傾否 先否後喜
비(否)는 ‘막히다’라는 뜻이다. 비괘의 괘상은 하늘과 땅이 서로 강건하여 교합하지 못하고 막히는 괘상이다. 어울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만, 도저히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사람도 있다. 하늘과 땅이 서로 강건하게 자리하여 가는 길이 다르니, 어울려 소통될 수 없는 만남이다. 서정윤 시인의 싯구가 떠오르는 괘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否之匪人 不利君子 貞 大往小來
헤어짐은 사람의 할 일이 아니라며(否之匪人) 군자가 고집(貞)하는 것은 이롭지 않다(不利君子) 큰 것을 보내고 작은 것을 얻는 것(大往小來)이다.
앞의 태(泰)괘에서 어울림은 작은 것을 보내고 큰 것이 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비괘에서 어울림을 고집하는 것은 큰 것을 보내고 작은 것을 얻게 되는 것이라 한다. 군자의 사명을 다 하기 위해서는 헤어져야 한다.
拔茅茹以其彙 貞 吉 亨
띠풀 하나를 뽑으면 뿌리가 얽힌 여러 포기가 함께 뽑히니(拔茅茹以其彙) 그렇게 사람들과 엮여야 끝까지(貞) 길(吉)하고 형통(亨)한 것이다.
앞 편의 태(泰)괘에서 말한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엮여서 더불어 나가야 마땅하며, 진리인 것은 틀림없다.
包承 小人吉 大人否 亨
그렇다고 무조건 순종하여(包承) 어울리는 것은 소인에게는 길할 것(小人吉)이나, 대인은 그러한 사귐은 거부하여야(大人否) 발전이 있다.
어울리고 함께 하기 위하여 눈을 막고 귀를 막고 무릎을 꿇는 것을 뜻한다. 집안을 가장 중시하는 소인이라면 그렇게라도 억지로라도 어울려야 좋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익(公益)을 도모하는 대인은 그러한 어울림은 거부하여야 형통하다. 공자께서도 "가는 길이 같지 않으면 함께 도모하지 말아야 한다" [논어 제15편 위령공 제40장]고 하셨다.
包羞
무조건 순종하는 것(包)은 수치스러운(羞) 일이다.
어울리기 위해서 굽히는 것은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일이다. 그러나 소인은 그 수치스러움을 감당하고서라도 어울려 가정을 위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군자와 대인은 그런 어울림이라면 거부하여야 한다. 물론 소인보다 군자와 대인이 우월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사명과 맡은 역할이 다른 사람일 뿐이다.
有命无咎 疇 離祉
사귀지 못함이 운명(有命)이라면 허물이 없다(无咎). 절도를 지키며(疇) 헤어짐이(離) 복(祉)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늘은 똑 같은 생명을 주었지만, 토끼와 호랑이는 어울리지 못하게 하셨다. 천성적으로 어울릴 수 없도록 한 것이 하늘의 명(命)이라면 따라야 한다. 명(命)이 다르다면 헤어지는 것이 오히려 복이다. 떠나야만 하는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다. 보내 주어야 한다.
休否 大人 吉 其亡其亡 繫于苞桑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休否) 대인에게는(大人) 길(吉)하다. 죽을 듯 죽을 듯 하더라도(其亡其亡) 질긴 뽕나무뿌리에 매어놓아야 한다(繫于苞桑)
대인(大人)은 본시 사사로움을 도모하지 않고 도움을 주려는 성품을 가진 사람이다. 이 사람이 이별을 해야만 하는데 어찌 가슴이 찟어질 듯 아프지 않겠는가? 시간을 쉬어가는 것이 하나의 지혜다. 마치 죽을 것처럼 아프더라도 단단하게 단도리를 잘 해야 한다. 뽕나무뿌리는 어떤 식물보다 질기고 견고한 뿌리로 알려져 있다.
傾否 先否後喜
막힘이 뒤집힐 것이니(傾否) 헤어짐으로 시작해(先否) 기쁨을 찾는 것이다(後喜).
지나가는 시간앞에서 모든 것은 변하게 된다. 20살때 죽을 것 같았던 이별이 40때가 되어 생각해 보면, 좀 더 선명히 기억나는 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인생을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도 하는 것일게다. 이별이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없고, 변화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이별은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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