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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初六】幹父之蠱 有子 考 无咎 蠣 終吉

【九二】幹母之蠱 不可貞

【九三】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六四】裕父之蠱 往 見吝

【六五】幹父之蠱 用譽

【上九】不事王侯 高尙其事

  고(蠱)는 산 아래에 바람이 부는 괘이다. 인간의 욕망은 양면성이 있다. 긍정적으로는 삶의 동력이기도 하고, 부정적으로는 괴로움의 뿌리이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노력여하에 따라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개개인이 최고의 에너지를 발산하여 발전된 사회가 이루어졌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반면 그 편리해진 만큼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70억에 가깝게 된 세계인구를 따져볼 때 한국인의 생활수준은 상위에 있으며 부족하지 않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욕망이라는 녀석은 만족을 모르기 때문이다. 공자께서 형(荊)에 대해 말씀하시며 “조금의 재산을 갖게 되자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하였고, 조금 더 늘어나니 지극히 갖추어졌다 하였으며, 더 가지게 되자 지나치게 대단하게 되었다고 말하였다”[논어 제13편 자로 제8장]고 하시며 칭찬하셨다. 만족할 줄 알면 이미 부자이며, 만족을 모르면 가난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욕망(蠱)은 근원적으로 혹은 성장기에 자라나는 것이니(元亨) 휘둘리지 말고 큰 강을 건너듯 과감하게 나아감이 이롭다(利涉大川) 어렵고 고통이 따르나(先甲三日) 절제하여야 한다(後甲三日).

  근원적인 욕망은 식욕, 성욕, 수면욕 등의 동물적인 감각적 욕망이며, 성장하면서 생긴 욕망은 권력욕, 재물욕, 명예욕 등의 사회적 욕망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고(蠱)는 그릇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이니 욕망이 중용의 선을 넘은 것을 말한다. 갑은 십간 즉,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갑을 말하니, 선갑삼일은 신(辛)이고 후갑삼일은 정(丁)을 말한다. 신(辛)은 고생을 뜻하고 정(丁)은 못처럼 바로 서 있다는 뜻을 나타내며 강하고 굳건한 것을 상징한다. 탐욕에 휘둘리지 말고 큰 강을 건너듯 과단하게 나아가야 하니, 힘들어도 절제를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幹父之蠱 有子 考 无咎 蠣 終吉

아버지의 욕망을 바로함은(幹父之蠱) 자식이 있어(有子) 생각할 수 있다면(考) 허물이 없고(无咎) 위태롭기는 해도(蠣) 마침내 길할 것이다(終吉).

  아버지의 욕망은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는 이성의 절제력이 본성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본래 부양의 의무감은 남자의 본능이라고도 한다. 처 뿐만 아니라 자식까지 있어, 그 점을 ‘생각할 수 있다면(考)’ 태생적으로 강한 이성의 힘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幹母之蠱 不可貞

어머니의 욕망을 바로하려는 것은(幹母之蠱) 고집하면 좋지 못하다(不可貞)

  역할분담의 시대에 어머니의 일과 아버지의 일이 다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욕망은 바깥에서 도적질을 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어머니의 욕망은 가정을 조금 힘들게 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요즘처럼 명품중독과 주부도박으로 집밖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없었던 시대였고, 한계가 있었음이니, 억지로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아도 시간이 바로잡아 줄 것이다.    

 

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아버지의 욕망을 바로함은(幹父之蠱) 작은 후회가 있겠지만(小有悔) 큰 허물은 아니다(无大咎).

  아버지를 바르게 한다는 것은 자식의 마음에 작은 후회를 남기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들어주어 바로하게 된다면 큰 허물이 될 것은 아니다. 

 

裕父之蠱 往 見吝

오히려 아버지의 욕망이 넘침에도(裕父之蠱) 그대로 두면(往) 궁색함을 만나게 된다(見吝)

  공자께서는 "부모님을 모실때는 허물이 있으면 간곡하게 권고한다. 만일 들어주지 않더라도 여전히 존경하면서 거스르지 않으며, 비록 괴롭더라도 원망하지 않아야 한다"[논어 제4편 이인 제18장]고 하셨다. 무조건적으로 순종하고 복종하는 것이 ‘효’이고 무조건적으로 나이 많은 이를 섬기는 것이 ‘공경’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맹자께서도 '부모께 아첨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르다가 부모를 불의(不義)한 행위에 빠지게 하는 것'을 불효의 하나라고 말씀하셨다.

 

幹父之蠱 用譽

아버지의 욕망을 바로하여(幹父之蠱) 명예롭게 사용하도록 하라(用譽).

  겸손을 뜻하는 겸(謙)괘에서 언급하였지만, 공자께서 말씀하신 "자기가 서고자 하는 곳에 다른 사람을 도와 서게 하고, 자기가 도달하고 싶은 곳에 다른 사람을 도와 도달하게 하는 것"[논어 제6편 옹야 제30장]을 의미하니 곧 휘겸(撝謙)과 다르지 않은 뜻이다. 아버지의 욕망으로 다른 사람의 욕망을 헤아려, 아버지께서 다른 사람이 욕망을 이루도록 애쓰시게 하는 것이 욕망을 명예롭게 사용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무인도에서 배고픔속에 죽어가면서 부모와 세상을 원망하는 동생을 위로하며, “우리가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버려져 죽어가는 고통이 어떠한지 알게 되었으니,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반드시 그러한 가엾은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자”고 하셨던 관세음보살의 전생이야기가 떠 오른다. 나의 고통을 통해 남의 고통을 보며, 나의 욕망을 통해 남의 욕망을 보아야 한다.  

 

不事王侯 高尙其事

왕후의 자리일지언정 버리고(不事王侯) 더 고원한 가치를 추구하여야 하는 것이다(高尙其事)

  백이, 이윤, 공자에 대한 질문을 받자 맹자께서는 “옳지 않은 일을 한 가지만 저지르거나 죄없는 사람을 한 명만 죽인다면 곧바로 천하를 얻게 해 준다 유혹하더라도 그 분들은 결코 그러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맹자 공손추 상]고 말씀하셨다. 이완용이 조선의 최고 갑부가 되고 일본의 귀족이 되었던 반면에 만세(萬世)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 달콤한 유혹과 욕망을 물리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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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