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姤卦(구괘) : 팜므파탈(Femme fatale)의 힘을 가진 여인 간상(赶上)/주역(周易)2010. 2. 1. 14:23
姤 女壯 勿用取女
【初六】繫于金柅 貞吉 有攸往 見凶 羸豕 孚蹢躅
【九二】包有魚 无咎 不利賓
【九三】臀无膚 其行次且 厲 无大咎
【九四】包无魚 起凶
【九五】以杞包瓜 含章 有隕自天
【上九】姤其角 吝 无咎
구(姤)괘는 우연한 만남을 뜻한다. 이 만남은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만남이다. 괘를 보면 하나의 음(陰)효를 두고 다섯의 양(陽)효가 쌓여 있으니 한명의 여인이 다섯의 남자를 감당하는 괘상이다. 많은 남자들 앞에서 여왕 노릇을 하는 모양새다. 서양으로 치면 팜므파탈(Femme fatale)의 힘을 가진 여인일 것이며, 우리나라로 치면 옹녀의 이미지에 가까운 여인일 것이다.
姤 女壯 勿用取女
만나서(姤) 여자의 기운이 세면(女壯) 취하려 하지 마라(勿用取女)
여자의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다면 음양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어 서로 해로운 까닭이다. 양기는 음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음기는 양기가 부족하니, 지나치고 모자라 중용을 벗어나니 서로가 해롭다.
繫于金柅 貞吉 有攸往 見凶 羸豕 孚蹢躅
쇠로 만든 얼레에 실을 담아두듯(繫于金柅) 조화를 이뤄야 끝까지 길한 것인데(貞吉) 기운이 맞지 않으니 시간이 지날수록(有攸往) 흉함을 만나리라(見凶) 굶주린 돼지가(羸豕) 발버둥치는 듯 할 것이다(孚蹢躅)
남녀의 만남과 교합은 얼레에 실이 잘 감겨있는 것처럼 조화로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시간이 지나가더라도 해결책이 없다. 노력하고 애쓰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 시간이 지나면 더욱 흉해질 뿐이다. 근원적으로 소위 궁합이 맞지 않는 까닭이다.
包有魚 无咎 不利賓
푸주간에 고기가 있으면(包有魚) 허물은 없을 것이나(无咎) 손님이 될 것이니 이로울 것은 없으리라(不利賓)
고기가 있는 것은 남자가 경제적인 부양의 의무는 충분히 하는 상황을 말한다. 허물은 없어 부부로서의 위치를 지킬 수는 있을 것이나, 손님처럼 금방 집 밖으로 나가야 될 것이요, 집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하게 될 것이니 이롭지는 못하다. 사람에 만족하여 부부로서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보고 참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臀无膚 其行次且 厲 无大咎
엉덩이가 패일 것 같아(臀无膚)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其行次且) 위태로우나(厲) 큰 허물은 없으리라(无大咎)
엉덩이가 패이는 것은 곤장을 맞는 것과 마찬가지의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 부부관계로 쉽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아가지 않아도 큰 허물이 아닌 까닭은, 나아가도 조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며 푸주간에 고기가 있도록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包无魚 起凶
푸주간에 고기가 떨어지면(包无魚) 흉함이 일어난다(起凶)
고기를 보고 참고 있었는데, 그 근원이 사라진 것이다.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니 흉함이 일어난다.
以杞包瓜 含章 有隕自天
그러한 여인은 혼기에(以杞包瓜) 품어주면(含章) 하늘의 복이 있을 것이다(有隕自天)
오이(瓜)는 혼기가 찬 여인을 말한다. 과년(瓜年)한 딸을 뜻하는 것으로 대략 15세 전후의 어린여자를 지칭하던 것으로 알려지니, 아직은 기운이 왕성한 상태가 아닐 것이다. 선천적으로 강한 여인이라면 기운이 왕성하지 않은 과년한 시기라야만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 여인도 과년할 때 느낄 수 있었던 기쁨은 그 시기가 지나면 더 이상 없을 것이니 결과적으로는 은혜를 베푼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하늘의 복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姤其角 吝 无咎
뿔이선 만남(姤其角)이라서 궁색해 보이나(吝) 허물은 없다(无咎)
과년한 여인과 관계하여 기쁨을 줄 수 있는 남자는 또래의 어린 남자일 수 없으며, 양기가 정점에 있는 남자여야만 할 것이다. 그래서 모양새가 조화롭게는 될 수 없으니 외부에서 보기에는 궁색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음양조화가 맞을 수 있으니 허물은 아닌 것이다.
구(姤)괘는 강한 여성을 빗대어, 그 강함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참된 리더는 사람을 버리는 사람이 아니다. 백가지가 모자라더라도 한가지 쓸모를 찾아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아주는 자이다. 과년할 때 품어주라는 것은 기운을 맞추어주라는 것으로, 예컨대, 화를 지나치게 내고 싸우는 사람은 고객을 응대하는 곳에 쓰지 말고 사람과 덜 접촉하는 곳에서 쓰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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