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師卦(사괘) : 전쟁은 생명을 보살피는 것이 가장 중하다. 간상(赶上)/주역(周易)2010. 2. 1. 14:00
師 貞 丈人 吉 无咎
【初六】師出以律 否臧 凶
【九二】在師 中吉 无咎 王三錫命
【六三】師或輿尸 凶
【六四】師左次 无咎
【六五】田有禽 利執言 无咎 長子師師 弟子輿尸 貞 凶
【上六】大君有命 開國承家 小人勿用
전쟁이 초래하는 참담함이 어떠한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6.25전쟁으로 인한 그 참상이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3년이 넘는 전쟁으로 수많은 국민들은 피를 흘리며 죽어갔고 시설이 파괴되고 강산이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휴전 중에 있을 뿐이다.
師 貞 丈人 吉 无咎
전쟁(師)은 파멸(貞)을 가져온다. 부득이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 건장한 남자(丈人)여야 길하고(吉) 허물이 없다(无咎).
전쟁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가 말한 '정의로운 전쟁(bellum justum)'처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 맞설 수 밖에 없는 전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에도 건장한 남자들로 전쟁을 치르라고 주역은 말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백성들을 7년 동안 가르쳐 전쟁에 나아가게 해야 한다” “백성들에게 군사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키지 않음은 백성들을 버리는 것이다”[논어 제13편 자로 제29장,제30장]라고 한 말씀과 뜻을 같이 한다. 적을 사상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에서 방어력을 갖추어 생명의 피해를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장인(丈人)의 의미에 대해서는 유능한 장군, 능력있는 지휘관을 뜻한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역의 사상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장군의 명성이 커진 만큼 죽어간 생명은 많은 법이다.
師出以律 否 臧 凶
전쟁을 위해 출정을 하면(師出) 군율로써(以律)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否) 큰 군대(臧)라도 흉하다(凶).
군율이 세워지지 않은 오합지졸의 군대 역시 생명을 빼앗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군율이 세워지지 않은 군대는 백성을 지키기 위한 군대가 아니라, 백성을 해치는 군대로 탈바꿈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생명이 위태롭게 되는 전쟁은 인간의 숨은 야성을 드러나게도 한다. 전쟁 통에 학살, 강도, 강간등을 비롯 인간이 얼마만큼 잔학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군율을 세우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승리를 위해서 기술해 놓은 것이 아닐 것이다. 전쟁도 인간사랑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在師 中 吉 无咎 王三錫命
전쟁에 임할 때(在師) 중용을 지키면(中) 길하고(吉) 허물이 없어(无咎) 임금이 세 번이나 상을 내릴 것이다(王三錫命).
전쟁에 임할 때도 중용의 도(道)를 지켜야 한다. 대치하고 있음으로써 족한데 싸움을 하고, 생포할 수 있는데 사살해 버리고, 말머리를 돌려 배반을 하는 등등, 전쟁은 위험하고 긴장된 상황으로 나가기 때문에 냉정(중용의 바른 길)을 지킬 수 없는 위험이 크다. 임금도 장수도 군사도 백성도 전쟁에 임하게 될 때에는 중용을 지켜야 길하다. 공자께서 위험에 처했을 때 "군자는 어쩔 수 없는 때에도 원칙을 벗어나지 않지만, 소인은 어쩔 수 없게 되면 곧 함부로 한다"[논어 제15편 위령공 제2장]고 하셨다. 상황이 위급하고 급박하게 변하면 냉철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師或輿尸 凶
승리와 관계없이 전쟁으로 수레에 밟힐 정도의 시체가 생긴다면(師或輿尸) 흉하다(凶)
주역이 공맹의 사상을 접목하여 읽을 수 있는 까닭은 공자가 주나라 시대의 올바른 문화를 전승하겠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고, 주나라의 주공을 흠모했다는 것에서 그 까닭을 찾을 수 있다. ‘공자께서는 제사, 전쟁, 질병을 신중하게 대하셨다’[논어 제7편 술이 제13장]는 뜻은 ‘죽은 생명, 위태로운 생명, 고통 받는 생명’을 신중하게 대했다는 생명존중을 의미하는 것이다. 수레에 밟힐 정도로 많은 시체가 생긴다면 어떤 변명도 필요없다. 흉하다.
師左次 无咎
그렇게 사상자가 생길 전쟁이라면 전쟁을 멈추거나 후퇴하는 것(師左次)이 허물이 없다(无咎)
왼쪽을 뜻하는 좌(左)는 후퇴를 의미하고 차(次)는 다음을 기약하는 것을 뜻한다. 승리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레에 밟힐 정도의 시체가 생기게 될 것이라면 후퇴하거나 멈추라는 뜻이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사상자가 생기게 되는 전쟁을 주역은 반대하고 있으니, 적장만 처단하고 부하들을 놓아주라는 30번째 리(離)괘의 ‘우두머리는 참수해도 그 부하들은 죽이지 않아야 길하다'는 생명존중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주역은 많이 죽이고 승리하는 전쟁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田有禽 利執言 无咎 長子師師 弟子輿尸 貞 凶
사냥감이 밭에 있다면(田有禽) 입으로 잡아야 이롭고(利執言) 허물이 없다(无咎). 지휘관이 잘 통솔하더라도(長子師師) 부관이 수레에 밟힐 정도의 시체를 만든다면(弟子輿尸) 결국(貞) 흉하다(凶)
사냥감이 밭에 있음은 적이 사냥할 수 있는 장소에 나타난 것을 뜻한다. 활을 쏘아 잡을 수 있어도 말(言)로 잡아야 이롭다는 뜻은, 피를 흘리는 싸움이 아니라 항복을 받는 싸움을 의미한다. 지휘관이 잘 통솔하는 것은 이렇게 항복으로 유도하는 지휘를 말하는데, 부관이 시체를 쌓이게 만드는 것은 군율이 바로 서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부관만 흉한 것이 아니고 지휘관도 흉하고 군주도 흉하고 백성도 흉하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흉하게 된다.
大君有命 開國承家 小人勿用
승리한 임금은 명을 내려(大君有命) 나라를 다시 정상적으로 열고(開國) 생업으로 돌아가게(承家) 해 주어야 한다. 소인(농사꾼)을 계속 전쟁에 사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小人勿用).
주역이나 논어나 소인은 사람을 차별하기 위해 나눈 개념은 아니다. 소(小)는 사(私)를 말함이고 대(大)는 공(公)을 말함이니, 곧 소인은 집(家)을 중히 여기는 사람, 필부필부 하는 과거의 농사꾼을 말한다. 전쟁이 끝났다면 다시 생업에 편안히 종사하게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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