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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人 利女貞
【初九】閑有家 悔亡
【六二】无攸遂 在中饋 貞吉
【九三】家人嗃嗃 悔厲 吉 婦子 嘻嘻 終吝
【六四】富家 大吉
【九五】王假有家 勿恤 吉
【上九】有孚 威如 終吉

  과거에는 여성과 남성을 나누어 태어나게 하고, 각기 다른 신체적 능력을 준 것을 하늘이 다른 역할을 맡기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한 사람마다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 소위 명분론(名分論)의 근원이다.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부인은 부인답게 이름으로 구분된 그 역할을 다 하여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바람직한 세상이라 여겼다. 그래서 집안일은 여성의 권리이자 의무로 생각하였다.

 

家人 利女貞
집안을 이끄는 사람(家人)은 결실기와 마감기 사이에 있는 여성이다(利女貞).
  남자는 바깥일에 힘쓰고 집안일은 여성이 힘쓰는 남녀 역할분담의 사회가 고대가 지향한 사회였으니, 서로가 맡은 역할에 있어서는 그 주도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남편이 밖에서 벌이는 사업을 부인이 주도하려는 것도 명을 어긴 것이며, 남편이 집안일을 주도하려는 것도 명(命)을 어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는 남편이 어디서나 제왕으로 군림하려 했던 시절도 있었다. 결실기와 마감기 사이의 여성인 까닭은 며느리와 시어머니와의 여성간 역할 분담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閑有家 悔亡
집안을 잘 단속해야(閑有家) 후회가 없다(悔亡)
  집안을 잘 단속하는 것은 살림을 잘 단속하는 것과 자녀를 잘 단속하는 것 등 집안내의 중요한 일들을 잘 단속하고 관리하여 남편이 집안일을 걱정하고 근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여성을 차별하여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로 가두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성별에 따라 역할분담을 하여 조화로움을 이루고자 한 명분론의 사회를 지향했던 까닭이다.

 

无攸遂 在中饋 貞吉
나아가 벌어오는 것이 없어도(无攸遂) 중용의 덕으로 먹여주면(在中饋) 끝까지 길하다(貞吉)
  중용은 곧 좌로도 우로도 기울지 않고 바로 서 있는 것이다. 남편이 벌어오지 않으면 먹여주지 않는 ‘GIVE AND TAKE’식의 단순한 중간이 중용이 아니다. 남편이 남편의 도리를 하는가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중용이다. 물론 반대로 여인이 집안을 잘 단속하지 못하더라도 남편이 남편의 도리를 저버려서도 아니 된다.

 

家人嗃嗃 悔厲 吉 婦子 嘻嘻 終吝
여인이 가혹하고 냉혹하게 단속하면(家人嗃嗃) 후회가 있고 염려가 있겠지만(悔厲) 길(吉)하다. 오히려 어머니와 아들이(婦子) 희희낙낙하면(嘻嘻) 마침내 궁색해진다(終吝)
  지나치게 냉혹하면 남편을 공처가로 자식을 마마보이로 만들겠지만 지나치게 너그러워도 안되니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중용(中庸)의 도(道)를 따르는 집안단속이 필요하다.

 

富家 大吉
집안을 부유하게 하면(富家) 끝까지 길하다(大吉)
  가인(家人)의 중요한 사명은 집안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한 물질적 부가 아니라 알뜰히 살림을 하여 낭비되는 것이 없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많아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고, 적어도 저축을 하면서 가계를 꾸리는 사람도 있다. 구두쇠가 되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쓰지 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계를 잘 단속하여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것을 막는 것이 집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며 크게 길한 것이다.

 

王假有家 勿恤 吉
왕(王)은 가정에 너그러우니(假有家)을 근심하지 말라(勿恤) 길(吉)하다.
  여인이 가정을 잘 꾸려 집안이 잘 단속되고 부유한 가정이 되었다면, 혹시 부유함으로 인해 왕의 의심을 받지 않을까? 왕이 뺏어가지 않을까? 왕의 사명은 가정을 부유하게 해 주는 것이지, 부유함을 뺏어가는 것이 아니다. 흉년이 들어 국가재정이 부족하자 애공이 유약(공자의 제자)에게 방도를 물으니 유약은 10분의 1법을 시행하라고 하였다. 애공은 10분의 2법도 부족한데 어찌 10분의 1법을 하라는가 라며 화를 낸다. 유약은 “백성이 풍족하면 임금이 어찌 풍족하지 않을 것이며, 백성이 부족하다면 임금은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겠습니까?”[논어 제9편 안연 제9장]라고 답했다. 이른바 고대의 '군민일체'의 사상이니 군주는 백성에게 부유함을 저장해 둔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유하고 바른 가정은 곧 왕의 뜻이기도 한 것이다. 왕이 바른 왕이라면 근심할 필요가 없다.

 

有孚 威如 終吉
신념이 있고(有孚) 존엄을 잃지 않아야(威如) 끝까지 길하다(終吉)

  부(孚)는 주역의 전체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생각이 없는 것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신념, 신의, 가치관 등등 적절히 번역이 되어야 되는 개념이다. 이 부(孚)가 무너지기 쉬운 곳이 또한 가정이다.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할 위험이 많은 곳이 가정이기 때문이다. 부모라고 해서 남편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복종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정은 신념이 통해야 하고 개인의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끝까지 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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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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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夷 利艱貞
【初九】明夷于飛 垂其翼 君子于行 三日不食 有攸往 主人有言
【六二】明夷 夷于左股 用拯馬壯 吉
【九三】明夷于南狩 得其大首 不可疾貞
【六四】入于左腹 獲明夷之心 于出門庭
【六五】箕子之明夷 利貞
【上六】不明 晦 初登于天 後入于地

  명이(明夷) 괘는 밝음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공자께서 한탄했던 도가 무너진 세상을 의미한다. 공자께서는 “천하에 도가 살아있으면 나와서 일해야 하고 천하가 태평하지 않으면 숨어야 한다”[논어 제8편 태백 13장]고 하셨다. 물론 산 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담을 쌓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갈고 닦으며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明夷 利艱貞
세상의 도가 무너지면(明夷) 성숙기와 말년사이가 어렵다(利艱貞)
  열매를 맺고 마감을 해야 하는 짧은 시간 속에서 도가 무너졌으니 뜻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으니 시절을 잘못 만났기 때문이다. 명이(明夷)의 시절에 전성기가 지나가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때를 만나지 못해 결실을 맺고 마감을 할 수 없다면 그것도 천명(天命)일 지 모른다.

 

明夷于飛 垂其翼 君子于行 三日不食 有攸往 主人有言
도가 무너지면(明夷于飛) 날아야 할 때 그 날개를 접어야 한다(垂其翼) 군자의 길을 가면(君子于行) 3일 동안 먹을 수 없게 되고(三日不食) 시간이 지나가도(有攸往) 주인의 꾸지람만 듣게 된다(主人有言)
  도가 무너진 세상에서 오히려 군자의 길을 가면 배고픔이 있다고 한다. 좋은 소리를 들을수도 없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도 궁핍하게 될 것이요, 명예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니 어찌해야 하는가? 주역은 날아야 할 때 그 날개를 접어야 한다고 하였으나, 변신하여 현실과 타협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 나아가려고 애쓰지 말라는 뜻이다.

 

明夷 夷于左股 用拯馬壯 吉
도가 무너져서(明夷) 왼쪽 허벅지에 화살을 맞더라도(夷于左股) 구조에 사용할 말의 힘이 세면(用拯馬壯) 길(吉)하다.
  도가 무너졌기 때문에 왼쪽 허벅지에 화살을 맞았으니 바르지 못함에 당한 것이다. 그러나 왼쪽 허벅지는 치명적이지 않은 신체의 부분이다. 치명타를 입지는 않았고 도와주는 센 힘이 있다면 큰 걱정이 아니다. 길(吉)한 이유는 날개를 접지 못하고 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날개를 억지로 접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明夷于南狩 得其大首 不可疾貞
도가 무너졌을 때 남쪽으로 사냥을 떠나서(明夷于南狩) 그 적의 수괴를 사로잡았다 하더라도(得其大首) 끝까지 서둘지 마라(不可疾貞)
  따뜻한 남쪽은 바른 도리를 상징한다. 그 곳에서 우두머리를 얻었으니 곧 세상을 밝은 도리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끝까지 서둘지 않아야 한다. 세상의 도가 무너져 있으므로 급하게 세상을 변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자께서도 "성왕이 나타나더라도 한 세대가 지나야만 세상을 어질게 만들 수 있다"[논어 제13편 자로 제12장]고 하셨다. 세상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入于左腹 獲明夷之心 于出門庭
왼쪽 뱃속에 들어가(入于左腹) 도가 무너져있는 마음을 알았다면(獲明夷之心) 속해있던 집단에서 나와야 한다(于出門庭).

  왼쪽 뱃속이란 곧 심장이 위치한 곳을 말한다. 옛 사람들은 사람의 생각이 살고 있는 장소는 뇌가 아니라 가슴으로 여겼다 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면 가슴이 아프다고 생각하였고, 전통적으로 사람의 사망을 심장이 정지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근래에 뇌사를 인간의 사망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이 강하고 아마도 곧 그렇게 바뀌게 될 것 같기는 하다. 여하튼 그 마음을 통찰하여 도가 무너져 있음을 알았다면 속히 그 집단으로부터 나와야 현명하다고 한다.

 

箕子之明夷 利貞
도가 무너졌음을 알고 있는 현자(箕子之明夷)는 끝까지 이롭다(利貞)

  도가 무너졌는지의 여부를 아는 것도 안목이 없다면 판단하기 힘든 일이다. 명이(明夷)의 세상에는 교묘한 말이 진실을 속이고, 사이비가 진짜 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도가 무너진 세상은 말재주가 좋은 사람과 화려하게 꾸밀 줄 아는 사람이 존중 받는 세상이 되는 것이니, 곧 교언영색(巧言令色)이 난무하는 세상이라면 바른 도가 무너져 있는 세상일 것이다.

 

不明 晦 初登于天 後入于地
도가 무너졌음을 알지 못하는(不明) 어두움(晦)이라면 처음에는 하늘에 올라도(初登于天) 곧 땅으로 추락함으로써(後入于地) 마감을 하게 될 것이다.
  도가 무너졌음을 알지 못하는 어두운 안목을 가졌다면 처음에는 하늘에 오르는 것으로 착각하여도 후에 그 곳이 땅으로 추락하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바른 도(道)가 무너졌음을 왜 알지 못할까? 도(道)에 마음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먹어도 그 맛을 알 지 못한다”[대학 제7장 정심수신]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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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