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噬嗑 亨 利用獄
【初九】屨校 滅趾 无咎
【六二】噬膚 滅鼻 无咎
【六三】噬腊肉 遇毒 小吝 无咎
【九四】噬乾胏 得金矢 利艱貞 吉
【六五】噬乾肉 得黃金 貞厲 无咎
【上九】何校 滅耳 凶

  서합(噬嗑)은 입 속의 음식물을 강하게 씹는 것이니, 곧 ‘이권을 씹어 먹으려는 바르지 못한 힘’을 말한다. ‘악(惡)’의 하나이다. 서구 열강의 이권쟁탈로 인해 우리민족이 겪어야 했던 비참한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그만 상가에서 조차도 조폭까지 동원한 이권쟁탈전이 벌어지는 뉴스를 접하게 되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형으로 아무리 엄격하게 다스려도 살인자가 없어지지는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는 하다. 그 악이 전체로 번지고 퍼져나가지 않게 ‘최소한으로 제어’할 수 있는가가 사회의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噬嗑 亨 利用獄
악(噬嗑)도 성장해 나가는 것(亨)이니, 감옥을 이용해야 이롭다(利用獄).

  이권을 탐하는 악성(惡性)도 열매를 맺으려고 성장한다. 선도 악도 모두 전파성이 있다. 감옥을 이용하는 것은 그 악(惡)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을 말한다. 그 수단이 법이건(법가) 예이건(유가)간에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으면 퍼져나가게(亨) 되는 것이다. 비워진 가게에서 너도나도 물건을 훔쳐가면 죄의식을 잃고 모두가 물건을 훔치려고 할 것이다. 현재의 사회는 공권력의 통제력이 무너지면 곧 악마의 세상으로 변해버릴 수 있을 만큼 가치관이 상실되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법령으로 지도하고 형벌로써 규제한다면 민중은 형벌을 피하려고 할 뿐 부끄러움을 모르게 된다. 덕으로써 지도하고 예로써 규제하면 부끄러움을 느껴 마음으로 따르게 된다”[논어 제2편 위정 제3장]고 하셨다.

 

屨校 滅趾 无咎
족쇄를 채워(屨校) 발을 잘라버려도(滅趾) 허물은 없다(无咎).

  악이 퍼지는 속도를 덕(德)으로써 통제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감옥 같은 구속이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 악의 기운이 세상을 활보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잘라버려도 허물은 아니라고 한다. 강제성과 힘으로 막아도 괜찮다는 뜻이니, 주역은 법가의 사상에 가까운 일면이 있다. 법치주의는 쉬운 방법이므로 현실적인 효과적인 방법이기는 할 것이다.

 

噬膚 滅鼻 无咎
고기를 먹으려 한다면(噬膚) 코를 베어버려도(滅鼻) 허물은 없다(无咎)

  고기는 이권, 경제력, 권력 등을 상징한다. 고기를 먹으려는 것은 악이 곧 지도부로 파고드는 것이다. 윗 물이 탁하면 순식간에 사회전체가 오염이 되어버리니 이권을 탐하는 세력이 권력과 부를 노린다면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코를 베어버려도 허물은 없다고 한다.

 

噬腊肉 遇毒 小吝 无咎
오래된 고기를 먹는 것(噬腊肉)은 독을 만나나(遇毒) 조금 어려워도(小吝) 허물이 없다(无咎).
  오래된 고기는 기득권층이 축적해 놓은 것을 말한다. 고기를 나누지 않고 축적해 놓은 까닭에 오래된 것이니 그 역시 이권을 축적해 놓은 것이며 악이다. 그것을 탐하여 싸우는 것은 악과 악의 다툼이니, 허물은 없다고 한다. 부패한 기존 권력층을 몰아내는 자가 바른 세력이 아니라 역시 마찬가지로 이권을 탐하여 일어선 경우이다. 그 놈이 그 놈인 것이다. 허물이 없음은 길(吉)하다는 말이 아니다. 내면적인 시각에서 괜찮다는 뜻이다.

 

噬乾胏 得金矢 利艱貞 吉
마른 밥 찌꺼기를 먹는데(噬乾胏) 쇠로된 화살촉이 나왔으니(得金矢) 끝까지 먹기 어려우니 이롭고(利艱貞) 길(吉)하다.
  마른 밥 찌꺼기는 배고픈 서민들의 양식이다. 이 곳에 악의 기운이 스며들었지만 쇠로 된 화살촉 즉, 마른 밥을 먹지 못하도록 하는 민중의 저항이 나왔다. 세상이 난세에 이르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의로운 이들은 오히려 일반 민중이다. 민중 속에서 나타난 영웅은 그 쇠로 된 화살촉(출신이 귀하지 않지만)이지만 길(吉)하다.

 

噬乾肉 得黃金 貞厲 无咎
마른 고기를 씹다가(噬乾肉) 황금을 얻게 되면(得黃金) 끝까지 어렵지만(貞厲) 허물은 없다(无咎)

  마른 고기는 가진 자, 기득권층의 재산이다. 그곳으로 스며든 악이 고기를 씹어먹으려는데 황금이 나와 제대로 씹을 수 없었으니, 곧 출신성분이 좋은 영웅을 상징한다. 주역은 기득권측에서 나온 영웅은 민중 속에서 나온 영웅에 비해 한계가 있다고 본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한 최영장군도 권문세족의 출신이었던 까닭에 신분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악을 찌를 수 있는 황금화살촉이 아니고 단순한 황금일 수 밖에 없다. 허물(咎)은 외면적인 시각의 길흉(吉凶)과 달리 내면적 시각에서 본 것이다. 내부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는 뜻이지만 길(吉)한 것은 아니다.

 

何校 滅耳 凶
형구에 매어(何校) 귀를 잘라버리면(滅耳) 흉(凶)하다.

  악마가 세상을 어지럽히기도 하니, 심심찮게 희대의 살인마가 나타나 인간에 회의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주역은 감옥에 가두고,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발목을 잘라버릴지언정 귀는 잘라서는 안된다고 한다. 귀를 잘라버리지 않는다는 말은 개과천선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마라는 것이다. 귀로 들을 수 있어야 깨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역은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는 책이기에 설령 악마일지라도 천사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주역은 생명사랑의 이념을 곳곳에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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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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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 盥而不薦 有孚顒若
【初六】童觀 小人无咎 君子吝
【六二】闚觀 利女貞
【六三】觀我生 進退
【六四】觀國之光 利用賓于王
【九五】觀我生 君子无咎
【上九】觀其生 君子无咎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은 운명을 믿고, 자기의 생활과 앞 길을 지배하는 주재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여 신에게 기도하여 구하려 하고, 점을 쳐서 복을 구하려 하고 재난을 면하려 한다. 아무런 혜안이 없는 나에게 누군가가 미래를 알려달라고 찾아와도 자신 있게 답해 줄 수 있는 미래가 있다. 당신은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여 말할 수 있다. 비가 내리고 있으면 정확히 언제 그칠지는 몰라도 분명히 그친다는 것은 알며, 찜통 같은 더위가 계속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추운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 올 것을 장담할 수 있다. 공자께서 “과거를 돌이켜 미래를 살필 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논어 제2편 위정 제11장]고 하셨다. 유학은 신비한 능력으로 미래를 아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觀 盥而不薦 有孚顒若
통찰(觀)은 몸을 씻고(盥而) 마음을 정갈히 하여(不薦) 믿음으로서(有孚) 공경을 다하여야 한다(顒若).
  관(盥)은 제사를 시작하기 전에 몸과 손을 깨끗이 하는 것을 말하며, 천(薦)은 제사 때 제물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제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깨끗이 하지만 제사를 드리는 중이라면 마음이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관이불천(盥而不薦)은 초심을 잃지 않는 깨끗한 마음을 의미한다. 불가에서는 수행으로 마음이 맑아지면 일반적이지 않은 6가지 신통한 능력을 갖게 된다고 하는데,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훤히 꿰뚫어 볼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 반면, 공자께서는 평범을 벗어난 궁벽한 이치를 찾고 괴이한 일을 하는 것을 경계하였으니 바른 마음으로 보다 넓은 안목을 가지게 될 수는 있어도 전생과 내생까지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에는 반대하셨을 것 같다. 어느것이 옳은지 알 수는 없지만 공통분모는 ‘마음이 맑아지면’ 안목이 넓어진다는 것 일게다.

 

童觀 小人无咎 君子吝
아이의 어리석음으로 바라보는 것은(童觀)은 소인에게는 허물이 없으나(小人无咎) 군자라면 어려워진다(君子吝).
  소인은 사사로움을 도모하고 제 한 가정을 잘 꾸리기에 전력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바라보는 미래는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고 손해를 입지 않는가 하는 그런 정도의 어리석은 혜안이니 소인에게는 허물이 없다. 그러나 군자는 혜안을 그러한 사사로움을 도모하는데 쓰려는 사람이 아니니, 동관(童觀)을 도모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 군자로서 맡은 바 사명을 잊지 말고 사사로움을 도모하지 말라는 뜻이다.

 

闚觀 利女貞
엿보는 통찰(闚觀)은 여자에게는 끝까지 이롭다(利女貞).
  요즘 시대에 '예기'에 나오는 여성의 삼종지도(三從之道)를 언급한다면 무척이나 강심장이라고 할 것이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자식을 따르라'는 뜻처럼 여인은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삶을 엿보면서 보살펴주는 ‘땅의 덕성’으로 살라는 뜻을 담은 것이 이 효이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구분한 것도 하늘이 성별을 가려 세상에 낸 이유가 있으니, 그 역할을 다하여 조화를 이루라는 뜻이다. 이른바 조선조의 소인유(小人儒)들이 세상을 현혹시켜 여성의 지위를 격하시키고 멸시하고 복종을 강요하였으나, 옛 성현의 진실한 뜻은 음과 양이 조화로움을 이루는 ‘중용’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觀我生 進退
자기의 생을 통찰하여(觀我生)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너무도 유명한 말이다. 그 말이 의미하는 뜻보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소크라테스'라는 것을 아는가를 지식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른바 객관식용 시험에 맞추어진 교육의 폐단이다. 애쓰고 노력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두 가지 방면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늘이 더 크게 쓰려고 시련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기에(하늘이 맡긴 사명을 거스르기 때문에) 힘들고 성과는 없는 것인지를 헤아려 보아야 한다.

 

觀國之光 利用賓于王
나라의 영광을 볼 수 있는 통찰력(觀國之光)을 가졌다면 임금으로부터 손님으로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니 이롭다(利用賓于王).
  이름난 지자(知者)들은 천기를 헤아려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았다고 하는데, 주역에서도 그런 인물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나라의 영광까지를 내다볼 줄 아는 통찰력을 가졌다면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로 모시었듯 그렇게 귀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觀我生 君子 无咎
자기를 통찰할 수 있는(觀我生) 군자는 허물이 없다(君子无咎).

  군자와 소인의 사명은 다르다고 하였다. 소인은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고 군자는 사회전체의 이익을 도모한다. 자기를 통찰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소인이 아니라, 자기를 통찰하여 공공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군자여야 혜안을 가져도 허물이 없다고 한다.

 

觀其生 君子 无咎
타인과 다른 사물을 통찰하는 것(觀其生)도 군자라야 허물이 없다((君子无咎).
  바르지 못한 이가 혜안을 가진다면 세상은 더 어렵게 된다. 알려진 역사의 진실과 평가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한명회에 대한 평가가 맞다면, 한명회가 혜안을 가짐으로써 세조가 권력을 찬탈하고 무수한 사람들이 죽고 희생되었다. 자기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과 미래의 세상을 보는 혜안을 가졌더라도 군자로서 바른 도를 추구하는데 사용하여야만 허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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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