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豊 亨 王假之 勿憂 宜日中
【初九】遇其配主 雖旬 无咎 往 有尚
【六二】豊其蔀 日中見斗 往 得疑疾 有孚發若 吉
【九三】豊其沛 日中見沬 折其右肱 无咎
【九四】豊其蔀 日中見斗 遇其夷主 吉
【六五】來章 有慶譽 吉
【上六】豊其屋 蔀其家 闚其戶 闃其无人 三歲不覿 凶

  풍(豊)은 풍성함을 상징하는 괘다. 곧 결실(利)이 풍성한 것을 말한다. 주역은 풍성한 결실을 이루기 위한 조건을 바른 통치자에게서 찾고 있다. 고래(古來)로부터 풍흉은 왕의 책임이라고 하였고 왕이 바르면 풍년을 만나고 왕이 바르지 않으면 흉년을 만난다고 하였다. 그러나 주역은 왕이 바르게 중천에 있음에도 풍년을 만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바른 신하들이 왕을 받쳐주어야 한다.

 

豊 亨 王假之 勿憂 宜日中
풍요(豊)는 성장기(亨)에 결정된다. 왕이 그것을 이르게 할 것이니(王假之) 근심하지 말라(勿憂) 알맞게 해가 중천에 있기 때문이다(宜日中)
  풍요는 곧 좋은 결실(利)을 맺는 것이므로 성장(亨)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 가뭄과 홍수 등의 재앙이 없기 위해서는 왕이 덕으로 세상을 잘 다스려야 한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 「부여전」의 기록에 의하면 그 해의 농사가 흉년이 들면 왕에게 책임을 물어 왕을 죽이거나 교체했다고 전해지는데, 왕권이 약했기 때문이었겠지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풍흉은 왕의 책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가 중천에 있는 것은 왕이 덕으로써 정치를 잘 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遇其配主 雖旬 无咎 往 有尚
하늘과 짝이 되는 바른 주인을 만나야 하니(遇其配主) 시간이 걸려도(雖旬) 허물이 없고(无咎) 만나러 나가면(往) 자랑이 있다(有尚)

  시경에서 “은나라가 백성들을 잃지 않았을 때엔 상제(上帝)와 짝할 수 있었도다”[시경 대아.문왕편]라고 하였으니 바른 주인이란 백성들이 저절로 모여들게 만드는 덕 있는 군주일 것이다. 10년(旬)은 주역에서 정성을 뜻하는 시간으로 여러 번 등장하였다. 간절히 원하면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수동적으로 간절히 원하는 것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간절한 만남을 성사시키려 해도 자랑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공자께서 ‘임을 사모하지만 집이 멀어 안타깝다'는 고시(古詩)를 접하시고는 “진실로 간절히 사모하지 않는 까닭이다. 어찌 멀겠느냐?”[논어 제9편 자한 제31장]고 하셨다. 진정으로 간절하면 멀리 있는 것은 없다.

 

豊其蔀 日中見斗 往 得疑疾 有孚發若 吉
풍요의 기운이 막히니(豊其蔀) 해가 중천에 있음에도 북두칠성이 보인다(日中見斗) 나아가면(往) 의심병만 생기게 될 것이니(得疑疾) 신념을 고양한 후가 되어야(有孚發若) 길(吉)하다
.
  해가 중천에 있음에도 북두칠성이 보이는 까닭은 세상이 어둡기 때문이다. 작은 별이 보일 정도는 아니니 암흑의 상태는 아닌 수준이다. 북두칠성은 곧 바른 신하를 의미한다. 왕의 눈과 귀를 막고 세상을 어둡게 하는 간신들이 득세하고 있는 세상이나 바른 신하들도 빛을 내고 있어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그래도 여전히 어두우니 백성들의 신임을 완전히 얻을 수는 없어 의심이 있을 것이다. 백성들의 신임을 얻은 후에 나아가야 길하다고 한다.

 

豊其沛 日中見沬 折其右肱 无咎
풍요의 기운이 장막에 가려(豊其沛) 해가 중천에 있으나 작은 별이 보인다(日中見沬) 오른팔이 꺾여야(折其右肱) 허물이 없다(无咎)

  작은 별이 보일 정도이니 해는 중천에 있어도 암흑천지가 된 것이다. 작은 별, 즉 소인유(小人儒)정도만 되어도 빛나 보일 정도이니 간신들이 세상을 어둠으로 장악해 버린 것이다. 오른팔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간신배의 수괴를 상징한다. 그 오른팔을 꺾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 아무리 바른 왕이라도 안동 김씨의 세도기처럼 세상이 암흑으로 변한 시기에는 어떤 힘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豊其蔀 日中見斗 遇其夷主 吉
풍요의 기운이 막혀(豊其蔀) 해가 중천에 있음에도 북두칠성이 보인다(日中見斗) 가짜 군주를 만나면(遇其夷主) 길(吉)하다.
  이주(夷主)는 문자 그대로는 오랑캐의 임금이나, 여기서는 가짜 군주라는 의미이다. 나쁜 뜻이 아니라 천자의 지위를 탐내는 자가 아니고 세상을 바르게 하려는 이를 뜻한다. 군주가 되고도 능히 남을만한 인덕을 가졌으나 외곽에 있는 현자이니 예컨대, 공자 같은 분도 이 이주(夷主)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이주(夷主)가 힘을 쓸 수 있는 것도 북두칠성이 빛나는 세상이어야 한다. 작은 별이 빛나는 세상이라면 어렵다. 공자께서도 “만일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일년은 지나야 어느 정도 토대를 갖추고 삼년은 지나야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논어 제13편 자로 제10장]고 하셨다. 수치상 3년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의미하니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로잡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來章 有慶譽 吉
와서 빛내면(來章) 경사와 명예가 있으리니(有慶譽) 길(吉)하다.

  임금의 지위를 탐내지 않고 그 역할을 탐내는 자가 이주(夷主)이니, 임금을 대신하여 세상을 밝게 하고 바른 도를 세워나갈 것이다. 2번째 곤(坤)괘에서 ‘왕의 일을 따르면서 공로를 탐내지 않고 바른 결과만을 원한다(或從王事 无成有終)’고 한 것과 같은 뜻이다. ‘왕이 할 일을 대신하고 그 공로를 차지하지는 못해도 그 바른 결과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진력하는 것'이니, 이주가 와서 빛내는 것이 곧 혹종왕사(或從王事)하여 무성유종(无成有終)하고자 하는 것이다.

 

豊其屋 蔀其家 闚其戶 闃其无人 三歲不覿 凶
그 집이 풍요롭게 되니(豊其屋) 그 집을 막아버렸다(蔀其家). 그 집을 엿보니(闚其戶) 인기척도 사람도 없다(闃其无人) 오래 돌아보지 않을 것이니(三歲不覿) 흉(凶)하다.
 
  이주(夷主)의 덕으로 풍요롭게 되었다. 그러자 나누지도 뺏기지도 않으려고 문을 닫아버린 것이니 곧 이주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게 각박하고 은혜를 모르는 집이라면 사람이 남아 있을 리 없고, 또한 오랫동안 사람들이 돌아보지도 않을 것이니 흉하다. 대학에서 “백성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백성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대학 제10장 치국평천하]고 하였으니 일시적인 물질적 풍요는 얻었지만 오랜 시간 백성들을 잃게 되었다. 이것은 풍(豊)이 아니라 흉(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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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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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妹 征 凶 无攸利
【初九】歸妹以娣 跛能履 征 吉
【九二】眇能視 利幽人之貞
【六三】歸妹以須 反歸以娣
【九四】歸妹愆期 遲歸有時
【六五】帝乙歸妹 其君之袂 不如其娣之袂良 月幾望吉
【上六】女 承筐无實 士 刲羊无血 无攸利

  귀매(歸妹)도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이지만 앞의 점(漸)괘가 시집을 가는 여인의 입장인 것과는 달리 귀매(歸妹)는 시집을 보내는 입장이다. 매(妹)는 일반적으로는 누이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여식을 의미한다. 매(妹)는 여자(女)와 작은 나뭇가지(未)가 합쳐진 문자인데, 남자 형제의 입장에서 보면 누이가 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여식이 되기 때문이다. 혹은, 고대의 결혼풍습이 자매를 함께 시집보냈기에 귀매라고 하였다고도 한다. 하여간 시집을 보내는 것은 본성적으로 눈물을 흐르게 만들지만, 그래야만 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이기도 하다.

 

歸妹 征 凶 无攸利
여식을 시집 보내야 하나(歸妹) 강제로 나아가면(征) 흉(凶)하고 유리함이 없다(无攸利).

  여식이 혼기가 차서 시집을 보내야 하지만 사랑으로 금슬이 좋은 기러기 한 쌍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시집을 보내는 것이니 흉하고 유리함이 없는 것이다. 짝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주역은 3번째 준(屯)괘에서 만남에 애쓰지 마라고 하였고, 5번째 수(需)괘에서 귀인은 찾아온다고 하였다. 제 인연이 있는 것이다.

 

歸妹以娣 跛能履 征 吉
시집을 보내면 여동생을 딸려 보내야 한다(歸妹以娣) 절름발이가 잘 걸을 수 있음이니(跛能履) 그렇게 나아가야(征) 길(吉)하다.

  당시의 귀족들은 딸을 시집 보내면서 흔히 그 여동생이나 몸종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나이 어린 질녀나 여동생이나 몸종과 함께 시집을 보냈다고 하는데 이를 잉첩(媵妾)이라고 하였다. 낯선 집안으로 시집을 가게 되는 것이니 의지할 벗이 있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을까? 순임금도 요임금으로부터 두 딸을 함께 얻었고 고대 중국사회에서는 잉첩이 흔한 일이였다. 아마도 정복시대에 남녀의 성비가 불균형을 이뤘던 까닭에 생겨났던 문화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眇能視 利幽人之貞
애꾸눈이 잘 보려는 욕심이면(眇能視) 끝까지 가두어두는 것이 이롭다(利幽人之貞).
  시집을 가려는 딸이 소위 '눈이 삔 것'이라서 말려야만 하는 결혼이다. 애꾸눈임에도 완벽하게 보고 있다고 과신을 하니 차라리 가두어두어야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결혼도 있는 법이다. 고독해지고 적적해지는 것이 싫어 혼사를 막는 것이 아니다. 여식의 행복을 위해서 막는 것이니, 시집을 보내는 마음과 다르지 않는 마음이다.

 

歸妹以須 反歸以娣
시집 보내고 합방을 기다리게 하면(歸妹以須) 그 손아래가 될 것이다(反歸以娣).
  시집을 보내었는데 합방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딸려 보낸 여동생과 위치가 바뀌어 여동생의 손아래가 되어버릴 것이니 곧 하늘이 정해준 자매간의 지위가 인간의 맺음에 의하여 역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늘의 도를 거스르는 잘못은 합방을 기다리게 하였기 때문이다. 시집을 갔으면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

 

歸妹愆期 遲歸有時
혼기를 놓쳐 시집보내야 하니(歸妹愆期) 지체가 되었지만 그 때가 있으니(遲歸有時) 서둘지 마라.
  혼기를 놓쳤다고 조급하여 아무 곳에나 시집 보내려 하는 것은 잘못이다. 하늘은 늦게 맺는 열매도 일찍 맺는 열매도 있음을 알려주었다. 조급하게 서둔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니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하늘의 뜻이고 사람의 힘으로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帝乙歸妹 其君之袂 不如其娣之袂良 月幾望 吉
제을이 딸아이를 시집보내니(帝乙歸妹) 그 딸의 소매가(其君之袂) 그 여동생의 소매만 같지 못하다면(不如其娣之袂良) 임신이 되어야(月幾望) 길(吉)하다.

  군(君)은 여기서는 왕의 부인을 칭하는데, 역사적으로는 제을이 문왕에게 딸을 시집보낸 것을 말한다. 소매는 미색을 상징한다. 제을이 딸아이를 시집 보내는데 여동생보다 행색이 초라했다. 월기망(月幾望)은 9번째소축(小畜)괘와 마찬가지로 임신을 상징한다. 여동생과 함께 가는 시집은 때로는 절름발이가 잘 걸을 수 있는 도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손아래가 바뀌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

 

女 承筐无實 士 刲羊无血 无攸利
여인(女)이 알맹이가 없는 바구니로 받들고(承筐无實) 총각(士)이 양을 찔렀으나 피가 없으니(刲羊无血) 유리할 것이 없다(无攸利)
  옛 중국의 귀족들은 혼인시 종묘에 제물을 바치는 예를 행하였는데, 여자는 과일이 든 대바구니를 바쳤고, 남자는 칼로 양을 찔러 그 피를 바쳤다. 모두 자식을 바라는 의식이었다. 알맹이가 없는 바구니는 난자를 생산하지 못하는 여인을 상징하고 총각이 피를 내지 못함은 정자를 생산하지 못함을 상징하는 것이다. 즉 결혼을 하였으나 자식을 볼 수 없는 그런 혼사를 말한다.

  요즘은 의술이 발달하여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그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더 낳기 싫어하는 부모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어 마음을 변하게 하려는 정책보다는, 정말 아이를 간절히 갖고 싶어하는데도 비용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을 주는건 어떨까? 재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힘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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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