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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坎 有孚 維心亨 行 有尚

【初六】習坎 入于坎窞 凶

【九二】坎 有險 求 小得

【六三】來之坎坎 險 且枕 入于坎窞 勿用

【六四】樽酒 簋貳 用缶 納約自牖 終 无咎

【九五】坎不盈 祗既平 无咎

【上六】係用黴纆 寘于叢棘 三歲不得 凶

  인생은 함정의 연속이기도 하다. 사람의 교활함은 짐승을 잡기 위해서만 그물을 펼치고 함정을 만들지는 않는다. 사람이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인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이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한 적은 인간이라고 하였다. 공자께서는 "사람마다 모두 자신이 지혜롭다고 과신하지만 그물과 덫이나 함정으로 몰아넣어도 피할 줄을 모른다"[중용 제7장]고 안타까워 하셨다. 습감(習坎)괘는 함정에 빠짐을 의미하는 괘이다. 습(習)은 잘못 들어간 글자로 보아, 감(坎)괘라고 하기도 한다.

 

習坎 有孚 維心亨 行 有尚

함정에 빠져도(習坎) 신념을 잃지 말고(有孚) 마음을 붙들어야(維心) 발전(亨)이 있다. 그렇게 나아가야(行) 복이 생긴다(有尚)

  영특한 제자였던 제아가 공자에게 "어진 사람이 있는데 우물에 사람이 떨어졌다고 하면 그는 구하려 내려갈까요?"라고 여쭈었다. 말하자면 어진 자를 속이고 이용해 먹기는 쉽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공자께서는 "어진 사람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그를 우롱할 수는 없을 것이다"[논어 제6편 옹야 제26장]고 답을 하셨다. 인자(仁者)를 속일 수도 있으니 그를 함정에 빠뜨릴 수는 있다. 하지만 속임을 당했다고 속인자를 미워하거나 어질었기에 당했음을 한탄하여 어질지 않은 길을 가도록 변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씀이셨다. 그 뜻은 유학에서 말하는 ‘신독’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 즉 자신만이 아는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니, 물리적 함정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정신적 함정이다.

 

習坎 入于坎窞 凶

구덩이에 빠지고(習坎) 다시 구덩이에 빠지면(入于坎窞) 흉(凶)하다.

  처음의 구덩이는 물리적인 함정이지만, 또 다시 빠지게 되는 구덩이는 자기 내면의 구덩이에 빠지게 되는 것을 말함이니, 곧 마음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함정에 빠졌다고 뜻을 저버리는 것은 재차 함정에 빠지는 것이니, 공자께서 "군자는 어쩔 수 없는 때에도 원칙을 벗어나지 않지만, 소인은 어쩔 수 없게 되면 곧 함부로 한다"[논어 제15편 위령공 제2장]고 하신 말씀이 연상되는 효사이다.

 

坎 有險 求 小得

구덩이에(坎) 위험이 있을지라도(有險) 절망하지 않고 방도를 구하면(求) 적게라도 얻음이 있을 것이다(小得)

  외적인 함정은 벗어날 수도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였고,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하였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다. 벗어날 수 없는 함정은 마음의 함정이며 절망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來之坎 坎 險 且枕 入于坎窞 勿用

구덩이로 와서(來之坎) 빠지지는 않았으나 구덩이(坎)가 위험하다고(險) 잠자듯 나아가지 못한다면(且枕) 그 역시 구덩이에 빠지는 것과 같으니(入于坎窞) 그렇게 잠자듯 하지 말아야 한다(勿用)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재물이 아까워 쓰지 못하고 묻어두는 부자는 재물이 하나도 없는 가난한 자와 다를 것이 없다. 구덩이에 빠질까 두려워 나아가지 못함은 구덩이에 빠져서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樽酒 簋貳 用缶 納約自牖 終 无咎

술을 정성스레 마련하고(樽酒) 두 그릇의 기장밥을 준비하는 마음으로(簋貳) 소박하게 하여(用缶) 창을 통해 들이고 받으며(納約自牖) 제사를 지내면 마침내(終) 허물이 없을 것이다(无咎).

  제사를 지내고 기도를 하는 까닭은 바른길을 가게 해 주십사, 세상을 바르게 해 주십사 비는 것이다. 혜택을 비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움을 비는 것이며, 나를 위해 비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 비는 것이다. 공자께서 병이 들었을 때 자로가 병을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하러 가려고 하였다. 공자께서 그런 선례가 있는지를 물으니 자로는 자신 있게 '너를 위해서 천지신령께 기도한다'는 고대의 문헌을 근거로 내 세웠다. 그러자 공자께서는 그 문헌에서 말하는 기도는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뉘우치고 바른 길을 가게 해 주십사 하는 기도이니, “그런 기도라면 내가 행한지 오래되었다”고 하셨다.[논어 제7편 술이 제35장] 함점에 빠졌어도 내가 아닌 전체를 둘러봐야 허물이 없다.

 

坎不盈 祗既平 无咎

구덩이가 아직 차지 않았을 때(坎不盈) 세상이 바른 기운으로 돌아온다면(祗既平) 허물이 없다(无咎).

  함정은 악을 가두기 위해 마련한 감옥이 아니라, 바르지 못한 자가 바른 자를 해치기 위하여 준비한 함정이다. 세상이 바르게 돌아온다면 바르지 못한 자가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니, 구덩이가 차지 않았다면 곧 빠져나올 수 있게 될 것이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또한, 함정에 빠진 바른이가 그 곳에서 빠져나오는 것 보다 세상이 바로잡히는 것이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허물이 없다고 하였을 지도 모른다.

 

係用黴纆 寘于叢棘 三歲不得 凶

팔다리가 단단히 묶여서(係用黴纆) 빽빽하게 심겨진 가시나무속에 갇히게 되었다면(寘于叢棘) 삼년이 지나도 풀려날 수 없음이니(三歲不得) 흉(凶)하다.

  팔다리를 단단히 묶여야 하는 까닭은 그가 강자이기 때문이다. 강자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함정을 헤어나기 어렵게 된다. 강자가 함정에 빠진 이유는 강한 힘을 드러내지 말아야 할 때 드러냈기 때문이다. “뛰어난 재주를 어리석음으로 감추고, 지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명철함을 지키고, 청렴함을 혼탁 속에 가려두고, 굽힘으로써 몸을 펴는 것, 이런 처세가 험난한 세상을 건너는 배를 타는 것이며, 몸을 보호하는 방편이다”[채근담 제1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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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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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過 棟 撓 利有攸往 亨

【初六】藉用白茅 无咎

【九二】枯楊生稊 老夫 得其女妻 无不利

【九三】棟橈 凶

【九四】棟隆 吉 有它 吝

【九五】枯楊生華 老婦 得其士夫 无咎 无譽

【上六】過涉滅頂 凶 无咎

  대과(大過)는 심하게 지나간 것이니, 시기가 너무 늦었음을 말한다. 주역의 첫 가르침,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야 하고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야 하는 순리(乾)를 따르지 않았으니 어찌 큰 잘못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시들고 메마른 버드나무에서 싹이 트고 꽃이 피니 법이라고 한다. 대과(大過)괘의 효사는 시기를 놓친 남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기가 어긋나 있어도 기운이 조화를 이룰 수도 있는 법이니, 사람마다 기운이 일정하지 않고 일찍 열매를 맺을 수도 늦게 열매를 맺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의 도(道)가 누구에게나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완전한 법칙은 아니라는 말이다.

 

大過 棟撓 利有攸往 亨

혼기를 놓쳤으니(大過) 용마루가 굽을 것이지만(棟撓) 시간이 지나면 이로울 것이니(利有攸往) 발전해 나갈 것이다(亨)

  용마루가 굽은 이유는 지붕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을, 지붕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용마루로 비유한 것이다. 혼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천리(天理)를 거스르는 것이니 시간이 지나도 이로움이 없을 것이나, 혼인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늦은 것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이로움이 있게 된다. 즉, 시간이 지나면 높았던 눈이 낮춰지고 분수를 알게 되어 과거에는 부족하다고 외면했던 짝이라도 충분하다 여겨지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치마만 두르면 되는 것이다.

 

藉用白茅 无咎

흰 띠로 자리를 짜서 사용하듯(藉用白茅) 순박한 마음이면 허물이 없다(无咎)

  자용백모(藉用白茅)는 제사지낼 때 제물을 올려놓는 흰 돗자리를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제사를 드리는 마음 즉, 때 묻지 않은 맑고 경건한 마음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도 약탈혼이 빈번하였다고 알려진다. 주역에서 혼인을 언급할 때 말(馬)을 등장시키는 것은 그러한 이유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나라는 문화가 성숙되고 도(道)과 예(禮)에 대한 관념이 자리잡아 힘을 숭상하는 관념이 약해지고 있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일순간에 약탈혼이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니, 순박한 마음을 강조하는 것은 대과(大過) 하였다고 힘으로 취하려는 것을 경계한 의미일 것 같다.

 

枯楊生稊 老夫 得其女妻 无不利

시든 버드나무에(枯楊)도 싹이 돋는 법이니(生稊) 나이든 지아비가(老夫) 어린부인을 맞으면(得其女妻) 이롭지 않음이 없다(无不利)

  나이든 홀아비는 양기가 쇠하고 어린 여자는 음기가 성장하고 있으니 일반적으로는 기운이 음양조화에 어긋나여 궁합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시든 버드나무에는 새싹이 돋는다. 버드나무는 물기를 빨아들이는 성질이 매우 강해서 아무리 메말라도 좀처럼 죽지 않기 강한 생명력을 가졌다. 그래서 강한 성(性)을 상징하기도 하는 나무이다. 버드나무의 이런 성질 때문에, 창기(娼妓)를 두고 영업을 하던 술집을 버들 류(柳)자를 써서 화류(花柳)라고도 불렀다.

 

棟橈 凶

용마루가 굽으면(棟橈) 흉하다(凶).

  초육에서 말한 것과 같은 뜻이다.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그 무게에 억눌려 있으면 흉(凶)하다는 말이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도 어렵고 시든 버드나무에 싹을 틔울 수도 없을 것이니, 늙음을 의식하는 무거운 짐을 벗어야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라는 뜻이다.

 

棟隆 吉 有它 吝

단단하고 곧은 나무여야(棟隆) 길(吉)하지만 뱀처럼 힘이 없다면(有它) 어려워진다(吝)

  용마루가 굽은 것은 마음에 장애가 생긴 것을 말하지만, 뱀(它)은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을 뜻한다. 나무처럼 곧고 단단하지 못하고 뱀처럼 물렁거리고 휘어지는 성기라면 어려워진다. 그러나 흉(凶)한 것은 아니다. 마음이 교감을 이루지 못하는 용마루가 휜 것이 흉(凶)하다고 하였으니, 신체가 따르지 못함보다 마음이 따르지 못하는 것이 보다 큰 문제이다.

 

枯楊生華 老婦 得其士夫 无咎 无譽

시든 버드나무라도(枯楊) 꽃이 피는 법이니(生華) 나이든 부인이(老婦) 젊은 지아비를 얻어도(得其士夫) 허물이 없다(无咎) 그러나 명예롭지는 않을 것이다(无譽).

  버드나무는 강한 성(性)을 상징한다고 이미 언급하였다. 그래서 여인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었어도 젊은 사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허물은 없어도 명예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니, 그것이 옛 시대의 관념인 듯 하다. 늙은 사내가 어린 처녀와 조화를 이루면 자랑하려고 하지만, 늙은 여인이 젊은 사내와 조화를 이루면 음탕하다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내면적인 시각에서 보면 허물(咎)은 아니다.

 

過涉滅頂 凶 无咎

지나친 부부관계는 기력을 소진시켜(過涉滅頂) 보기에 흉(凶)하나 허물은 없다(无咎)

  지나치게 관계하여(過涉) 정점까지 이르러 끝을 본다면(滅頂) 흉측하지만 허물은 아니다. 주역에서 말하는 허물(咎)은 내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며, 길흉(吉凶)과 명예(譽)는 외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대과(大過)하여 조화가 맞지 않는 외양을 가진 한 쌍의 남녀가 부부관계를 과하게 가지면 외면적인 시각에서는 흉(凶)측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뭐라고 하건 당사자들에게는 허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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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빠야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