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臨卦(임괘) : 인생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숙명 간상(赶上)/주역(周易)2010. 2. 1. 14:08
臨 元亨利貞 至于八月 有凶
【初九】咸臨 貞吉
【九二】咸臨 吉 无不利
【六三】甘臨 无攸利 既憂之 无咎
【六四】至臨 无咎
【六五】知臨 大君之宜 吉
【上六】敦臨 吉 无咎
임(臨)괘는 다스림을 뜻하는 말이지만, 원형리정(元亨利貞)과 관계하는 ‘하늘의 다스림’을 말하니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숙명(宿命)이다. 순탄하게 원형리정의 변화의 과정을 겪으려면 때가 맞아야 하고(乾) 자리가 맞아야 하고(坤) 사람을 만나야 하고(屯) 노력해야 하지만(蒙) 그것만으로 순탄한 원형리정의 변화를 겪을 수는 없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교통사고를 만나기도 하여 원형리정의 순탄한 변화를 겪을 수 없게 되기도 하니, 이러한 인간이 장악할 수 없는 우연성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숙명이라고 한다. 『중용』의 ‘비록 성인이라 하더라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며, 하늘과 땅처럼 위대한 존재에게도 사람들이 서운해 할 일이 있다’[중용 제12장]는 것이다.
臨 元亨利貞 至于八月 有凶
숙명(臨) 역시 변화의 순리(元亨利貞)를 좌우한다 그러나 8월에 이르면(至于八月) 흉함이 있다(有凶)
씨로부터 시작해(元) 성장하고(亨) 열매를 맺고(利) 사라지게 되는(貞) 순탄한 변화의 과정을 겪으려면 하늘의 뜻이 맞아야 한다. 8월은 더위의 정점(양기의 최고점)을 지나는 시간이다. 즉, 숙명에 대해 극단으로 치우쳐 받아들이면 흉하다. 양의 극단은 분노로 폭발하는 것이며, 음의 극단은 체념하고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아야 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봉황이 날아오지 않고 황하에 상서로운 그림이 나오지 않으니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논어 제9편 자한 제9장]라고 아쉬워 하셨고, 은자(隱者)들로부터 ‘불가능한 것을 하려고 하는 자’라고 비웃음을 샀지만, 최선을 다해서 사명을 다 하셨다.
咸臨 貞吉
마음으로 교감하여 숙명(咸臨)을 맞음은 끝까지 길하다(貞吉).
유전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나기도 하고, 고아가 되기도 하고, 강도를 만나기도 하고, 교통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숙명을 바라보는 마음은 원망하는 마음이 아니라 교감하는 마음이어야 길하다. 하늘의 뜻을 알 수는 없지만 마음을 다하여 숙명이라는 손님을 거부하지 않으니 곧 어렵고 힘들어도 주어진 삶을 사랑하는 자세를 견지하라는 말이다.
咸臨 吉 无不利
마음을 다하여 숙명(咸臨)을 따름은 길(吉)할 뿐 아니라, 이롭지 않음이 없다(无不利).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아프리카에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미국에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조선시대에 태어나는 사람이 있고 현세에 태어나는 사람도 있어 사람마다 어찌할 수 없는 정해진 숙명적인 삶을 맞이하게 된다. 아무리 싫어도 나의 부모가 아니라고 할 수 없으며, 남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으며, 흑인이 백인이 될 수는 없다.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을 한탄하고 원망하여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을 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정해진 숙명 속에서의 '나'를 사랑하고 나의 주위를 보듬어야 한다는 주역의 가르침이다. 공자께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으며 아래로 인간사를 배워 위로 천리를 깨달았다”[논어 제14편 헌문 제35장]고 하셨다.
甘臨 无攸利 既憂之 无咎
달콤한 숙명(甘臨)을 꿈꾸면 유리할 것이 없으나(无攸利) 뉘우치고 근심함이 있다면(既憂之) 허물이 없다(无咎)
나의 부모가 재벌이라면 나에게 로또가 당첨된다면 하는 달콤한 상상은 현재의 부모님을 원망하게 하고, 하늘을 원망하게 한다. 그러한 달콤한 숙명을 꿈꾸면 유리할 것이 없다. 하지만, 과거에 그러했더라도 깨달음이 있어 뉘우치고 반성을 하였다면 허물이 없다. 주역에서 ‘고치면 그것으로 좋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효사가 참으로 많다. 공자 말씀하시길 "잘못을 하고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논어 위령공 제15편 제30장]고 하셨으니, 고치지 않고 궁색한 변명을 찾고 잘못을 합리화 시키려는 것이 문제이다.
至臨 无咎
최선을 다해서 숙명(至臨)에 순응함은 허물이 없다(无咎).
인생 일체가 ‘하늘의 뜻'이라고 ‘숙명'이라고 핑계를 삼고 수동적으로 살려고 하는 나약함을 가져서는 안되며, 반대로 좋은 숙명에 처한 이도 거만하고 교만해서는 안된다. 하늘이 그렇게 다스린(臨) 이유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는(至) 것이 지림이니, 원망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편안히 받아들이는 것이 허물이 없다. 가난이 싫다고 가족과 단절하여 뛰쳐 나가고, 병든 부모를 부양하지 않고 버리는 사람이 문제이다.
知臨 大君之宜 吉
숙명을 아는 것은(知臨) 임금의 뜻(大君之宜)이므로 길(吉)하다.
숙명의 진의를 깨달으면 사명(하늘이 맡긴 임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주어진 숙명적인 상황을 한탄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하늘의 뜻을 헤아려 사명을 다하여 조화를 이루는 세상은 임금이 바라는 세상의 모습이니 길하다.
敦臨 吉 无咎
절도 있게 숙명을 따르니(敦臨) 길(吉)하고 허물이 없다(无咎).
세상만사가 모두 숙명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어난 신체와 태어난 고향은 바꿀 수 없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삶은 사람의 노력으로 개척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중용』에 “남이 한 번에 그리하면 나는 백 번 할 것이며 남이 열 번에 그리하면 나는 천 번을 하면 된다”[중용 제20장]고 하였으니, 숙명은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발전적인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곧 숙명에 대해서 절도를 지키는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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