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비기추(獲匪其醜) 기타(其他)/명언(名言)2010. 3. 2. 20:29
획비기추(獲匪其醜)는 『주역』 리(離)괘의 마지막 효사에 나오는 명언입니다. 비(匪)가 부정의 뜻이 아니라 피(彼)자를 차용한 것이라는 해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정의 뜻으로 해석합니다. 이 앞에 절수(折首)와 연결되는데, 함께 해석하면 ‘우두머리를 참수하나 그 부하들은 잡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인용하는 경우는 ‘수졸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경우’입니다. ‘주역에 획비기추라고 하였으니, 내 너희들에게까지 그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고 말하는 상황을 설정할 수 있겠습니다.
‘소소한 일은 신경쓰지 마라’는 의미로도 사용합니다. 수괴만 처단하면 자연적으로 괴멸될 것인데, 굳이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종종, 부하에게 ‘재량권을 부여할 때’에도 사용합니다. 내 손에 피를 묻히기 싫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죠. ‘내 손으로 그 졸개까지 잡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장수는 장수끼리 상대하는 것이지 장수가 졸개와 상대하는 것은 모양새가 어긋난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제가 군대생활을 할 때에는, 만년병장이 신참병들을 나무라는 것을 참 추잡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런사람 꼭 있지요. 병장은 선임상병에게 선임상병은 선임일병에게 순서대로 내려가는 지휘계통을 지켜야 한다는 관습이 있었는데요. 요즘 물어보면 하급병이 무서워 참고 있어야만 한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상상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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